알퐁스 도데의 ‘별’,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과 프로방스의 밤하늘

[김정응의 독서 편지 44]

지난 3월 4일 저녁, 짜릿한 시간을 경험했습니다. 오랜만에 동료들과 술 한잔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을 가면서 습관적으로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습니다. 맙소사! 부재중 전화 가운데 회장님 번호가 선명했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부랴부랴 회장님에게 전화를 드렸고 조만간 찾아뵙겠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9일로 약속 날짜를 잡고 나서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회장님을 뵌 지 오래되었기도 했지만, 제 마음에 작은 파장이 일었던 것은 나름의 까닭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1년 1책’이라는 자신의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하여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러한 마음을 회장님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출판 명장이라고 불리는 회장님에게 저의 졸저(拙著)를 드리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영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독특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제가 ‘보험’이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회심(回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름 모진 결심을 했고 그것에 대하여 회장님께 자문(諮問)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설렜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막연하게 회장님께 격려받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회장님은 제게 북극성 같은 인생 길라잡이기 때문이지요.

회장님, 회장님은 프랑스의 추억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예전에 프랑스 남부지방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특히 고색창연(古色蒼然)한 프로방스의 구석구석은 더욱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황홀한 추억은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하는 예술과 문학의 꽃이었습니다. 고흐를 비롯하여 르누아르, 세잔, 고갱, 피카소, 마티스, 샤갈 등 수많은 거장이 프로방스에서 영감을 얻었고, 평생 프로방스를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프로방스의 즐거움은 햇빛에서 온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프로방스의 지중해 햇볕은 딱 알맞게 따뜻하지요. <위대한 개츠비>를 쓴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를 비롯해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등 세계적인 명사들도 이곳을 찾았음은 물론입니다. 

알퐁스 도데 단편선, 알퐁스 도데 지음, 김윤진 옮김, 안나 센지비 그림/만화, 비룡소, 2013년 11월 27일
알퐁스 도데 단편선, 알퐁스 도데 지음, 김윤진 옮김, 안나 센지비 그림/만화, 비룡소, 2013년 11월 27일

그런데 제게 있어서 프로방스 추억의 으뜸은 바로 알퐁스 도데의 『별』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그 별을 ‘별’이라고 쓰고, ‘꿈’이라고 읽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 속의 목동 청년이 프로방스의 별을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로 소망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희망이 간절할 때면 『별』을 다시 읽곤 했습니다. 특히 슬럼프에 빠지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과연 꿈을 향하여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되새겨 보았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스스로가 원하여 퇴직하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퇴직 후에 잠시 술에 취한 듯한 방황을 했습니다. 그럴수록 목동과 스테파네트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프로방스 밤하늘의 별빛을 그리워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지요. 어느 날 고려대라는 거대 은하수에서 회장님을 뵙게 되었고, 회장님은 제게 별빛 같은 이정표가 되었던 것입니다.

회장님의 인생 스토리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혹자는 말하더군요. 출판 대통령, 출판 외길. 그런데 그것 못지않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 것은 회장님의 ‘나무 인생론’이었습니다. 나무를 닮고 싶어 나무처럼 산다는 그 철학 말입니다. 회장님의 기운이 제게 큰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회장님의 ‘나남’에서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를 출간했고, 회장님과 학연(學緣)과 업연(業緣)을 함께하는 ‘새로운사람들’의 이재욱 대표님과 ‘1년 1권’ 프로젝트를 더욱 힘차게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어언 6권의 저서를 출간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하지요. 맞는 말 같습니다. 3월 19일 회장님과의 만남이 꼭 그랬습니다. 저의 바람이 서쪽이었다면 회장님의 반응은 동쪽이었고, 저의 새로운 도전에 대하여 회장님께서 마뜩잖은 듯이 여기는 인상을 받았으니까요.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깨우침으로 삼았고 다시 한번 저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다산교 앞 정류장에서 2200번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데 차창 밖으로 군부대 표지가 보이더군요. 불현듯 유튜브에서 보았던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뇌종(雷鐘) 부대,

“우레와 같이 평화의 종을 울리자.”

그런데 그 부대는 이름의 뜻과는 달리 여러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아서 ‘골 때리는 부대’라는 오명을 썼고 부대의 이름도 바꾸었다고 합니다. 회장님과의 1시간이 그랬습니다. 회장님의 말씀이 우레와 같이 저의 골을 때렸으니까요.

회장님께서는 자각(自覺)을 촉구하는 여러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긍정, 주체, 간절함, 정직, 작은 것의 아름다움, 집사론, 선택과 집중, 찾아가기와 찾아오게 만들기 등등. 회장님의 지침을 잘 해석하여 하나로 꿰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라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했는데 이는 지도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제게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결론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이 제게는 별과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저 혼자만의 독백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자나 카톡으로 전달하지만, 회장님이 읽은 흔적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문장으로 남깁니다. 회장님은 제 삶의 북극성입니다. 추상같은 지침, 늘 고맙습니다. 언제나 회장님과 나남의 건승을 응원합니다.  

2024년 3월 26일

어리석어 겨우 썼으니 부끄럽습니다.

[김정응]디지털 종합광고대행사 더베이컨(The Bacon Inc.)의 브랜딩연구소 소장이며,저술가 및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광고대행사 한컴(전 삼희기획)과 HS애드(전 LG애드)에서 일했다.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이젠 휘둘리지 마!』, 『이태원 러브레터』, 『응크라테스의 직장인 손자방법』등 6권의 저서가 있다. 1324tig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