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의 종횡무진] 우리들의 이데올로기 한국의 근대사는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현대사는 1945년 해방 이후를 말한다.나는 가끔 ‘현대’라는 단어의 즉시성에 매달린다.재미 작가 이매자의 소설 『음천』을 읽으면서 다시 또 붙들렸다.한국의 여성이 인간으로 대우받게 된 기점을 언제부터로 해야 할까? 소설의 첫 장부터 충격적이었다.‘나’ 수양은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쫓겨난 소박 때기다.친정으로 돌아와서 8년을 지내다 1949년 6월 ‘나’는 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내가 시집갈 집은 손이 없어 여자아이를 업둥이로 키우고 있다.엄마는
[문용주의 생활 명상 29] 여행을 가기 위해 차를 타면 맨 앞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운전을 하지 않으면 조수석에 앉는다. 앞에 앉으면 갈 길의 앞과 주변 전체를 볼 수 있다. 앞의 경치는 물론이고 지나치기 쉬운 좌우까지 함께 본다. 동시에 현재 여기는 어디이며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면서 간다. 자칫 잘못 들어서면 즉시 바꾸어 제 길로 다시 간다. 빠를 것 같으면 느리게, 느릴 것 같으면 빠르게 갈 수 있도록 조정 또한 할 수 있다. 물론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는 운전자 옆에서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사람들과 함께 등산을 하
[서원익의 야구 이야기 16]롯데는 2018년부터 6년 연속 5강에 들지 못해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 7번 연속 진출 기록을 가진 김태형을 영입해서 상위권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4연패를 하며 꼴찌를 거듭하고 있다가 KT가 내려오면서 4월 21일 겨우 꼴찌 탈출에 성공하였다.롯데는 작년에는 7위였는데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후 오히려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물론 아직 초반이긴 하다. 백인천이 LG 감독을 맡았을 때도 꼴찌에서 출발해서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 전력이 있다. 롯데
[김미옥의 종횡무진] 시인의 탄생 16 세기 사형집행인의 50년 일기를 읽은 적이 있다.처음 그의 노트는 숫자와 사건의 기록이었다.그의 글에서 사유가 묻어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작가의 탄생’을 보았다.오랜 기간 글을 쓰던 그가 어느 날 왕에게 편지를 썼다. 세습의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은 명문으로 회자되는 진정서가 되었다.그를 백정에서 양민으로 면천시킨 것은 문장의힘이었다. 나는 작가는 갑자기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번민하고 고통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수많은 밤이 있었을 것이다.어느 날 글은 임계점을 넘으며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 이인우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객원연구원) 子曰:“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자왈;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옛것을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안다면, 스승이 될 만하리라.” -위정 편‘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옛부터 두 가지 해석이 있었다. 첫째, “이미 배운 것을 온습(溫習)하여 새로운 이해와 체험을 얻는다”는 해석이다. 이 때의 새로움(新)은 외재적인 신지식의 획득 뿐 아니라, 옛지식의 심화, 발전을 통해 신구합일(新舊合一), 내외합일(內外合一)을 추구하는
[윤한철의 서해랑길 5]영산강 하구언댐, 삼호대교를 넘어 목포로 들어왔다. 길고 긴 왕복 6차선 대로에는 차들이 무서운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다리 남단 대불공단 그리고 진도와 해남으로 왔다 가는 차들일 것이다. 차들이 내는 굉음은 댐 콘크리트 매끈한 경사면에 증폭되어 귀가 아플 정도로 끔찍했다.다리를 건너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호텔로 들어갔다. 시간은 오후 5시 30분, 10시간 넘게 걸었고, 거리는 서해랑길 안내 맵을 보니 40km가 넘었다. 중간지점에서 쉴 생각이었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목포까지 넘어오게 되었다.
[정병길의 모바일아트 46] 제44회 장애인의 날 기념주간 행사의 하나로 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프로그램 참여 작가 20여 명의 모바일미술을 비롯한 미술 창작품 전시회가 양주시청 3층 오픈갤러리에서 4월 15일 개막되었다. 전시 참여 작가와 강수현 양주시장, 윤창철 양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축하객들이 성황을 이룬 가운데 개막된 전시회를 주관한 복지관 김정희 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장애인들이 예술로써 더욱 큰 기량을 발휘하여 개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에 이바지하기를 당부”하고 양주시를 비롯한 각계의 지속 지원을 부탁하였다.출품 작가를
[어바리의 말본새 19]4월이라 완연한 봄 날씨다. 오락가락하던 봄비가 그치면서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마침 점심을 삼청동길 근처에서 먹게 되었던 터라 청와대 앞길 쪽으로 걸었다. 미리 작정하거나 특별한 지향은 없었다. 다만 청와대가 대통령 관저일 때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길이었던지라 이미 오래전에 개방도 되고 하였으니 이왕이면 한번 가보자는 생각도 있었다.청와대 관람이 인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일삼아 구경할 일까지는 아니다 싶어 아직 청와대 경내는 가보지 못했다. 지나가면서 보니 구경하는 날이 아닌지 청와대로 들어가는 사
[김미옥의 종횡무진] 은유의 모든 것 책이 산처럼 쌓여서 오늘은 눈에 띄는 책부터 간단한 독후감을 올린다.작년에 읽고도 차일피일 미루었던 세 권의 책, 은유 시리즈다.『은유란 무엇인가』, 『은유가 만드는 삶』, 『은유가 바꾸는 세상』은 김용규, 김유림의 공저다.나는 독서 중에 졸탄 쾨브체시의 『은유란 무엇인가』와 키케로의 『수사학』을 다시 꺼내 읽었다. 쾨브체시의 책이 은유 이론에 대한 개론서라면 김용규와 김유림의 은유 시리즈는 은유의 생성과 해석, 배워서 활용하는 방법까지, 수사학의 실용서에 가깝다.비슷한 실용서가 키케로의 『수사
널리 민중을 사랑하라 泛愛衆 이인우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객원연구원) 논어 ‘향당’ 편에 매우 의미가 있는 구절이 있다. “마굿간에 불이 났다. 공자가 조정에서 돌아와 (이 사실을 알고) 사람이 다쳤느냐고 물으시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廐樊, 子退朝, 曰: 傷人乎? 不問馬)당시에 마부는 모두 일반적으로 가노였다. 노예는 증여, 매매가 가능하고, 때리거나 심지어 죽여도 되는 존재였기에 그 몸값이 말 한 필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공자는 사람에 대해서 묻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이는 그가 인도주의자였음을 알려준다
[서원익의 야구 이야기 15]삼성 강민호가 4월 12일 NC와의 경기에서 8회 말 2사 1, 2루에서 중전안타를 때렸다. 통산 19번째 개인 2,000안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강민호의 2,000안타가 더욱 주목받는 까닭은 포수이기 때문이다. 앞에 2,000안타를 달성한 주인공 18명의 포지션을 보면 대부분 외야수나 1루수이다. 다른 포지션은 3루수 정성훈, 최정, 황재균이 있을 뿐이다.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포수는 다른 수비수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다. 앉아서 공만 받는 것이 아니라 투수 볼 배합도 신경 써야 하고 주자가 1루에
[문용주의 생활 명상 28]매주 한 번 분리수거를 한다. 작은 아파트라도 쓰레기가 5톤 트럭으로 가득 찰 정도로 많다. 음식 쓰레기는 수시로 버린다. 양은 적으나 횟수가 많아 누적되는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으나 그 또한 만만치 않다. 먹고 마셔 소화된 개인 음식 찌꺼기 역시 화장실에서 매일 여러 번에 걸쳐 비운다. 집에서 나와 들르는 전철역 기차역 고속버스 휴게소 사무실 시장 병원 등에 있는 화장실을 활용하여 수시로 비우고 배설한다. 모두 생활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매일 먹고 쓰고 배설하고 치우는 것은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윤한철의 서해랑길 4]‘예락리, 이젠 해남 복 터진 마을입니다.’쉼터 옆 바닷가에 안내판이 서 있었다. 예락마을은 예사 마을이 아니었다. 전남에서 가장 먼저 천주교가 뿌리내린 교우촌이고, 최근에는 세발나물, 토판염, 묵은지 등 3가지 보물로써, 또 천혜의 자연과 풍부한 농업자원으로 '복 터진 마을'이 되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직접 마을을 둘러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아쉬움을 바닷가 쉼터에서 그 여운이나마 느끼는 것으로 대신했다.다시 서해랑길을 만나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 속 길을 걷는데 갑자기 붉은 벽돌의 보도블록까지 깔린 널찍한
[윤한철의 서해랑길 3]우수영의 아침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개 짖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명색이 부두가 있고, 길 이름마저 ‘강강술래길’이라는 안내판에다 정겨운 이름의 카페도 있었는데… 면 소재지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은 산업화 전 6~70년대 거리를 재현한 세트장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꼭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길모퉁이에서 '법정스님마을도서관'을 만났다. 법정 스님이 이곳 우수영 출신이었다. 작은 돌 언덕 위에 명량대첩비가 세워져 있었다. 그 옆에 강강술래 마당이 널찍하게 조성돼 있고,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어바리의 말본새 18]가히 유튜브 세상이라고 할 만하다. 휴대전화에서도 손가락이 많이 움직이는 쪽에 유튜브 앱이 깔려 있고, 컴퓨터 바탕화면에서도 쉽게 유튜브와 연결된다. 좌우(左右)가 난립하여 서로 핏대를 세우는 극단의 정파적 유튜브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온통 세상이 유튜브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좋을 성싶다.유튜브 중에서 황창연 신부(神父)의 ‘행복 특강’도 자주 만나는 채널이다. 일부러 찾아 들어가서 미주알고주알 호구조사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유튜브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맞닥뜨리면 거의 빼놓지 않
[김미옥의 종횡무진] 먼로의 아침 하나.내가 아는 40대의 그녀는 유리 메기처럼 투명해서 생각의 뼈가 보였다.그 위에 배려심까지 있어서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불투명한 인간들에게 그녀의 솔직함은 무기가 아니라 약점이 되었다. 그녀의 배려심은 만만함으로, 정직함은 단순함으로 취급되었다.솔직하고 정직하게 세상을 살려면 무쇠 같은 멘탈은 필수다.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강인함이 있어야 한다.그녀를 욕하는 허언증의 인간에게 붙어있던 군상들도 비슷한 무리였다.능력도, 실력도, 할 일도 없으니 만만한 그녀의 뒤를 캐며 입
[문용주의 생활 명상 27]집에서 가까운 재래시장이 있다. 가끔 물건을 사러 간다. 시장 앞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서 등하교 시에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오간다. 좁은 도로에 차도 다니기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오가면서 혹시나 해서 항상 신경을 쓰면서 다닌다. 반면 일이 있어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와 골목길을 지나 큰 도로로 나설 때 가끔 다니는 보행자와 마주치면 운전자의 입장에서 좁은 도로의 위험성을 다시 경험한다. 하나의 길에서 보행자로서, 운전자로서 위험성을 반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골목길은 보도가 없거나 좁아
[김정응의 독서 편지 45]지난 3월 26일 재범, 원섭, 정응, 이렇게 우리 세 사람이 만났지요. 세월이 더해 갈수록 귀한 만남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특히 그날은 더욱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친구 원섭이 최근에 겪었던 여러 속상한 일들을 다 쏟아내면서 조금이나마 웃음을 찾을 수 있었지요. 저 또한 믿었던 인생 선배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었고요. 이 모든 것이 재범 친구님의 바위같이 든든하고 느티나무처럼 넓은 포용력과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날의 특별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
[서원익의 야구 이야기 14]4월 6일 토요일 삼성과 KIA의 경기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왼손 기교파 투수 맞대결이었다. 삼성 이승민과 KIA 윤영철이다. 이승민은 빠른 공 평균 136㎞ 나오는 기교파 투수이다. 그날 경기 최고 구속이 겨우 140㎞, 141㎞ 찍힌다. 2년 차인 윤영철도 빠른 공 137㎞, 138㎞이다.두 투수 모두 다양한 변화구는 갖고 있지 않다. 역회전하는 투심, 싱커와 직구처럼 날아오다 가라앉는 포크볼, 스플리터는 없다. 140㎞가 안 나오는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그리고 간혹 포물선처럼 뚝 떨어지는 커브
[윤한철의 서해랑길 2]서해랑길 11코스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코스를 벗어나 세방낙조길로 방향을 틀었다. 부근에는 숙소와 식당이 없어 택시를 불려 진도 읍내로 갈 생각도 했는데, 이왕이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세방낙조를 보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찾다 보니 식당 겸 펜션을 하는 다도해횟집이 있었다. 그곳에서 낙조를 감상하고, 다음날 암릉(巖陵)으로 유명한 동석산을 넘어 다시 서해랑길을 만나기로 계획을 바꿨다.낙조를 보기에는 한참 이른 시간에 숙소에 도착했다. 젊은 여사장에게 낙조 포인트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봄, 가을에는 펜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