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달인은 장호연, 류현진은 올해도 개막전 성적 신통치 않아

[서원익의 야구 이야기 12]

3월 23일 프로야구가 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10개 구단 선발투수 중에서 눈에 띄는 투수는 류현진과 김광현이다. 외국인 투수가 1선발이 되는 시대에 류현진과 김광현은 토종 선발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을 받는 개막전 선발투수는 12년 만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이다. 한화나 LG 팬이 아니라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겠지만 경기 중에도 개막전 선발로 나온 류현진이 어떤 성적이 나왔을까 궁금해할 것이다.

류현진은 개막전에서 3과 2/3이닝을 던지고 5실점 2자책으로 방어율 4.91 패전투수가 되었다. 십 몇 년 전 한화 유니폼을 입을 때와 LA다저스 시절의 류현진이 아니라서 이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사실 류현진은 십 몇 년 전 KBO에서도 개막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 동안 개막전 선발 5번 나와서 1승 3패이다.

개막전 하면 가장 관심 있게 기자들이 다루고 팬들이 보는 기록이 개막전 선발 전문 투수들 기록이다. 개막전 최다 출전과 최다승 기록 보유자는 장꼴라 장호연이다. 개막전 9경기에 등판하여 6승 2패이다. 6승에는 완투승 3번과 완봉승 2번이 포함되어 있다. 장호연은 개막전 경력으로 장꼴라 외에 개막전 달인, 개막전의 사나이라고도 가끔 불린다.

1983년 신인이었던 장호연은 개막전에서 MBC 청룡을 맞이하여 7:0으로 완봉승하였고, 1988년에는 김진욱이 개막전 선발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김진욱이 훈련 중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대체로 등판하여 롯데에 4:0 완봉승하였다. 이 경기에서 무탈삼진 노히트노런이라는 대단히 나오기 어려운 기록을 세웠다. 9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는 노히트노런도 어렵지만 27번 아웃을 탈삼진 1개 없이 모두 맞혀 잡기로 한 것이다.

송진우는 1991년과 1992년 개막전 선발투수가 된 후 1990년대에는 선발 자리를 정민철에게 빼앗겼으나 2001년부터 개막전 붙박이가 되어 개막전 선발 8번, 정민태는 개막전 선발 7번 기록을 갖고 있다.

김상엽은 개막전 2년 연속 완봉승을 하였다. 1992년 4:0, 1993년 17:0. 상대 팀이 쌍방울이라서 가능했을지도 모르나 대단한 기록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가장 인상 깊었던 개막전 선발은 1989년 MBC 청룡의 김기범이다. 송진우, 조계현, 이광우, 이강철과 함께 입단하였고 국가대표 왼손 에이스 출신으로 주목받았다. 선발로 나와 9이닝 1실점 완투하며 팀을 5:1 승리로 이끌었다. MBC 청룡은 원년 첫 경기 이종도의 연장 10회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승리를 장식한 이후 1988년까지 6년 연속 개막전에서 모두 졌는데 신인 김기범이 연패를 끊어준 것이다. 개막전 6연패 동안 OB 베어스와 4번 만나 모두 져서 개막전 연패 징스크도 있지만 개막전 OB 징크스도 있었는데 김기범이 말끔하게 씻어 준 것이다.

그리고 2000년 삼성과 SK 개막전에서 3:0으로 앞서던 SK는 8회 2, 3루 위기에서 신인 이승호를 올렸다. 마운드에 오른 이승호는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내줬다. 그러나 위기에서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이승호를 등판시킨 강병철 감독의 용병술을 볼 수 있었다.

[서원익은 『한국프로야구를 빛낸 138명』과 『한국프로야구 기록의 달인들』의 저자입니다. 필자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인 프로야구 원년 1982년부터 야구는 국민스포츠였고, 처음으로 야구경기장에 간 것은 1986년 9월 7일 삼성과 OB의 경기였습니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4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프로야구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