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백승 기자]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해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등으로 널리 알려진 중견 시인 오봉옥의 국내 최초 웹툰시집이 <달리지마>가 이달 초 발간 이후 판매가 점점 늘고 있다. 

이는 신작 시집을 웹툰시 형식으로 발간하는 일은 유례가 없는 데다 기획도 참신해 많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기 떄문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인 오봉옥 시인은 “웹툰시 라는 명칭을 다는 일에도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며 ‘만화시’ ‘웹툰시’ ‘컷툰시’ ‘웹툰포엠’ ‘포엠툰’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일반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웹툰시’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웹툰시집 <달리지 마>는 오봉옥의 시편과 ‘투닛’의 3D 기술이 만나 완성됐다.

‘투닛’은 3D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웹툰을 그릴 수 있는 새로운 툴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최초 웹툰시집이 되는 <달리지 마>는 시적 상상력이 만화에 영향을 주어 재미의 차원을 한층 넘어선 것이라는 평가다. 인간의 감성이 메말라가는 현시대의 요구에 화응하는 참신한 예술형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출판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구순이 넘은 울엄니

요양병원 하단 구석에 앉아

꽃씨를 심네

이순이 넘은 자식 멀리서 훔쳐보다가

눈물 찍어내는 것도 모르고

가만가만 흙살을 다둑거리네

허리도 안 좋은디 뭣 하시오?

명년 봄에 꽃 핀 거 볼라고 그런다

흰 구름 흐르다 말고

소라귀 세워 엿듣더니

다시 또 무심한 척 흘러가네

―「꽃씨를 심는 이유」 전문

시인은 죽어서 나비가 된다 하니

다음 세상에선

번잡한 세상 따윈 기웃거리지 않고

고요한 숲속 문지기가 되어야지

아침이면 곤히 잠든 나무들 흔들어 깨우고

낮엔 새들 불러내 함께 노래해야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날갯짓하고

밤이면 꽃잎 속에서 잠들어야지

별을 세다가 말다가

아름다운 꿈나라로 달려가야지

―「꿈」 전문

오봉옥 시인은 1985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 『지리산 갈대꽃』『붉은산 검은피』『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노랑』『섯!』 등을 출간했으며, 산문집 『난 월급받는 시인을 꿈꾼다』도 냈다. 동화집 『서울에 온 어린왕자』, 비평집 『시와 시조의 공과 색』 등도 펴냈다.

오시인의 대표적 서정시 ‘등불’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영랑시문학상, 한송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문예지 『영화가 있는 문학의오늘』 편집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