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문학인] 김문영 시인의 평화·번영·통일 세상을 위한 ‘촛불의 꿈’

분초를 다투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과연 문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문학을 향한 열정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궁금해지게 된다.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만의 걸음으로 꾸준히 문학을 향해 나아가는 뚜벅뚜벅 문학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문학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북콘서트 현장에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선•후배 문우들과 기념촬영. (사진=김문영 시인)
북콘서트 현장에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선•후배 문우들과 기념촬영. (사진=김문영 시인)

 

충주댐 수몰 지역에서 태어나 가난 속에서 자란 김문영 시인은 뜨거운 청춘을 시대의 거센 물결 속에서 몸부림쳤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사회 변혁을 꿈꾸며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와중에서 문학과의 인연을 시작한 시인은 현실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문학의 의미를 깨닫는다. 2019년 첫 시집 <촛불의 꿈>을 발간하며 촛불혁명의 감동을 노래하는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담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충주댐으로 인해 수몰된 지역 남한강 변 두메산골 충북 제천군 청풍면 도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한 농촌마을 특성상 어려서부터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고학으로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했어요. 대학에 다닐 때는 학생운동으로 사회에 나와서는 노동운동으로 삶을 보냈습니다. IMF 국가위기 한복판에서 신문사를 명예퇴직한 후 전문 언론사를 창업해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문학’은 시인의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인가?

1980년 서울의 봄과 5.18 광주 민주항쟁, 1987년 6.10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현실에 부딪쳤어요. 1980년대 전반은 학생운동으로 후반은 노동운동으로 내 청춘을 바쳤지요. 문학 공부를 하기 위해 예비역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지만 당시 18년 박정희 독재정권이 쓰러진 자리에, 전두환 신군부가 총칼로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시기였어요. 불같은 청춘의 가슴을 파괴하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화염병을 던지는 대열에 참여했고 문학 또한 현실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을 굳건히 하게 되었어요. 시와 소설을 썼다가 버리며, 주점 개미집에서 술잔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이후 생존을 위한 생활전선에 내팽개쳐지면서 저는 문학과 일정 기간 멀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기자생활을 하며 언론 노동운동에 충실했지만, 특별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저는 결국 1998년 IMF 국가부도 위기의 시기, 그 한복판에서 직접 소규모 언론사를 설립하는 모험을 강행했어요.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이 조그만 언론사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학의 끈을 놓지 못해 틈틈이 시를 썼어요. 2019년에 <촛불의 꿈> 이라는 첫 시집을 발간했고 그로부터 2년 후 2021년에 2번째 시집 <모두의 승리를 위하여>를 냈습니다. 이제 3번째 시집을 내기 위해 차곡차곡 시를 모으는 중입니다.

 

Q 미디어피아의 대표인데 미디어피아는 어떤 언론사인가? 

현재 발행하고 있는 인터넷신문의 제호이자 회사명입니다. 레거시((legacy) 언론의 기자들이 ‘기레기(기자쓰레기)’, ‘기더기(기자 구더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어요. 미디어피아는 이런 현상을 극복하고자 각계의 전문가들이 전문기자로 참여하여 진실과 정의를 전파하는 인터넷 언론입니다.

미디어피아에서는 이외에도 말산업에 특화된 매체를 발행하고 있어요. <말산업저널>이라는 인터넷신문을 발행하고 있고 <경마문화>와 <퍼펙트오늘경마>라는 종이 신문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Q 본인의 인생에 가장 영향을 준 책이 있다면 무엇이며 왜 그런 것인가?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높게 평가합니다. 동학농민전쟁에서부터 8.15 해방에 이르는 기간 역사를 잘 풀어내고 있어요. 방대한 역사적 사실과 식민지 시대를 살아내는 민중들의 애환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제가 문화일보 기자 시절, 토지의 마지막 부분을 문화일보에 연재했습니다. 당시 저는 몇 차례 선생의 원고를 수발했는데 그 인연으로 <토지>에 더 몰두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이런 대하소설을 써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토지>는 저에게 문학에 대한 열정을 사그라지지 않게 함과 동시에 넘지 못할 거대한 벽임을 일깨워준 특별한 작품입니다.

현재 <토지>를 능가하는 대하소설을 써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을 안은 채 하염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집중력도 흐트러지고 상상력조차 고갈되고 있어 문학에 대한 좌절과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Q 많은 장르 중에서 시를 쓰고 시집을 내게 된 계기는?

소설도 몇 편 쓰긴 했지만, 발표는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역사적으로 큰 충격의 사건이 발생했지요. 촛불을 든 민중들의 힘으로 정권을 바꾸는 무혈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그 충격은 잠자고 있던 저의 ‘문학 혼’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미친 듯이 시를 썼고 <촛불의 꿈>이라는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절친 윤한로 시인(다시문학 대표)과  북콘서트 현장에서 담소. (사진=김문영 시인)
 절친 윤한로 시인(다시문학 대표)과 북콘서트 현장에서 담소. (사진=김문영 시인)

 

Q 시인의 사상과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낸 시 한 편을 소개해 달라. 

<고구마를 캐면서>

지난봄 가녀린 줄기로 땅 속에 묻혔다

어둠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기 위해 몸부림쳤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 딛고 

생명줄 놓지 않았다

번개 천둥 비바람 몰아쳐도

뙤약볕 쏟아져 대지가 메말라도

정진하고 또 정진하여 

마침내 척박한 땅 속에 뿌리 박고

희망 한 무더기 잉태했다

오죽하면 그러랴만 

그래도 아무리 그렇다해도

걸핏하면 삶을 포기하는 인간들과 달리

희망의 끈 놓지 않고 

끈덕지게 버티고 또 버텼다

후두둑 알밤 떨어지는 가을이 오고 

땅 위에서 평화 번영의 울림이 커지는 동안 

땅 속에선 구황의 희망 자라

첫서리 내리는 시기

붉은 알몸으로 세상에 나오니

생각과 달리 세상은 온통 아비규환이구나

그러나 어떠랴

누군가의 입을 구황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보람 어디 있으랴

이 시는 성용원 작곡가에 의해 가곡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특별히 애착이 갑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잘사는 모두가 승리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쓴 시입니다.

2017년 식목일 저는 연로하신 장인과 장모님을 모시고 원주 구학산과 주론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촌마을로 귀촌했어요. 이 곳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 등을 심었습니다. 귀촌한 첫 해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이 시를 썼지요. 그러니까 저에게는 ‘구황의 시’인 셈입니다.

Q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문학의 시대는 갔다고 합니다. 혹은 문학은 죽었다고 합니다. 시를 우습게 알고 소설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나 문학은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죽지 않았어요. 다시 문학의 시대를 위해 뚜벅뚜벅 실천하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문학인이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와 관습, 권위주의 등이 문학을 죽였어요. 등단한 사람만을 문학인으로 인정하는 편협한 제도는 사라져야 합니다. 권위적인 단체를 만들어 문학인을 우상화하는 행태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해요. 등단하지 않고도 등단한 사람보다 훨씬 더 글 잘 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어느 스님이 말하기를 시는 피, 소설은 살, 철학은 뼈라고 했습니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문학입니다. 다시 문학의 시대를 위하여 남이 알아주든 말든 창작의 시간을 갖는 알려지지 않은 모든 문학인을 위해 건배!

마치며

평화, 번영, 통일 세상을 위한 '촛불의 꿈'을 꾸는 김문영 시인은 뜨거운 열정과 깊은 통찰력으로 우리 시대의 목소리를 노래한다. 시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아름다운 시들은 어두운 세상 속에서 희망의 불빛을 밝히며, 변함없는 정의로운 목소리로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인터뷰 내내 시인의 꿈과 가치,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시의 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김문영 시인의 '촛불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시인의 아름다운 시와 함께 희망을 노래하며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