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 글로벌 흥행 수익도 TOP 5에 올랐다.)

[문학뉴스=백성원 영화전문기자] 무려 3년 만에 한국 극장가에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지난 11일 <범죄도시2>(개봉일 5월 18일)가 개봉 2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반가운 ‘천만 흥행’ 소식을 전했다. 한국에서 개봉한 국내외 영화를 포함하면 역대 28번째 ‘천만 돌파’ 영화가 됐고, 한국영화로는 20번째 기록이다.

또한 2019년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3년 만의 ‘천만 영화’다. 특히 2020년 2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천만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학뉴스는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영화진흥위원회 박혜은씨 글을 통해 지금, 한국영화를 들여다본다.

2012년 이후 매해 ‘천만 영화’를 배출하던 한국 영화계는 2019년 최고의 해를 맞았다. 한국영화 역사 100년을 축하하듯, 연초부터 희소식이 이어졌다. 그해 1월 개봉한 <극한직업>이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2위에 오르는 엄청난 흥행을 거두며 축포를 터트렸다. 5월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한층 높였고, ‘천만 영화’로 흥행까지 성공했다.

2019년에 개봉한 해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2>, <알라딘>까지 총 5편의 천만 영화가 등장했고, 극장 관객 수는 2억 2667만 8777명을 기록했다. 2004년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전체 관객 수 집계 이래 최고의 흥행 기록이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한국 영화계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제작비 200억 원 이상의 ‘텐트폴’ 영화들은 텅 빈 극장행을 포기해야 했다. OTT 플랫폼에서 공개하거나 기약 없이 개봉을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여름 성수기’ 기대감

2020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2년간, 관객 수 100만 명이 넘는 영화는 한국과 해외 모두 포함해 총 27편뿐이다. 그중 300만 명 이상 흥행작은 불과 5편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753만 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435만 명, <반도>가 381만 명, <모가디슈>가 361만 명, <이터널스>가 305만 명을 기록했다. 이 중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세가 급증했던 2021년, 한국영화 중 관객 수 3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모가디슈>가 유일하다. 고사 직전의 한국 영화계는 2022년 4월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극장 영업시간 회복과 극장 내 취식 허용으로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드디어 2022년 5월, 한국 극장 관객 수가 1400만 명을 넘어서면서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이후 28개월 만에 최대 관객 수를 기록하며 ‘회복의 시그널’이 감지됐다. 곧이어 <범죄도시2>의 ‘천만 영화’의 등극은 그간 극장행을 기피했던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온다는 회복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특히 <범죄도시2>의 흥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큰 격차로 넘어서는 기록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 관객이 ‘한국영화’를 기다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범죄도시2>가 ‘천만 영화’로 등극하자, 한국 영화계는 3년 만에 찾아온 ‘여름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상황에서도 극장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했던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기다렸다는 듯 7월과 8월 개봉일을 확정했다.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 <외계+인> 1부가 7월 20일 개봉을 확정했고,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명량>의 후속편 <한산: 용의 출현>이 7월 말 개봉 예정이다. 8월에는 칸의 초청을 받은 두 편의 한국영화가 차례로 개봉한다. 2021년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비상선언>이 8월 개봉을 확정했고, 2022년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은 이정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 <헌트>도 8월 개봉한다. 이처럼 극장의 회복을 기다리던 텐트폴 영화가 대거 개봉하면서 한국 영화계는 오랜만에 찾아온 ‘여름 성수기’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범죄도시2>가 2022년 여름 성수기 마중물 되나?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현지 인터뷰에서 “매일 <범죄도시2>의 흥행 기록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영화인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응원한 바 있다. <범죄도시2>의 흥행이 단순히 영화 한 편의 흥행을 넘어 2022년 여름 극장가까지 관객을 몰고 올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극장 관계자들은 ‘천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관객들의 극장행에 확실한 회복의 시그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천만 영화’는 쉬운 기록이 아니었다. 또한 극장에 ‘천만 영화’가 있으면 해당 영화 이외에도 관객 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범죄도시2>의 천만 돌파는 이 시리즈가 ‘흥행 프렌차이즈’로 자리매김하는 효과뿐 아니라 극장 개봉을 주저하던 기대작들이 극장 개봉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범죄도시2>는 한국에서만 1051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해 역대 개봉작 중 흥행 수익 9위를 차지했다. 관객 수로만 따지면 역대 23위 기록이지만, 영화관 티켓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흥행 수익은 10위 안에 오른 것이다.

<범죄도시2>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6월 12일 배급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는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 자료를 인용해 <범죄도시2>가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한 주 동안, 전 세계에서 1072만 8000달러(한화 약 137억 300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것은 <탑건: 매버릭>,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배드 가이즈>에 이은 흥행 수익 5위 기록이다. <범죄도시2>는 전 세계 132개국에 선판매됐고, 현재 대만, 몽골,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캐나다, 홍콩 등 해외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하지만 <범죄도시2>의 ‘천만 흥행’으로 한국 극장가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만큼이나 극장 개봉작 다양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범죄도시2>가 ‘천만 기록’을 세운 지난 11일 상영 점유율을 살펴보면, <범죄도시 2>(38.4%) <브로커>(34.5%)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16.8%), <극장판 포켓몬스터 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6%)를 제외한 모든 영화의 상영점유율이 1% 미만이다. 그간 고사 위기의 극장을 위해 잠시 미뤄두었던 ‘스크린 독점’ 문제도 반드시 풀어야만 ‘한국 극장가의 정상화’를 모두가 반길 수 있을 것이다.

phaki5568@munhaknews.com

©문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