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의 종횡무진]

(김미옥 문예평론가)

김수영에서 김수영으로

여자란 집중된 동물이다.

그 이마의 힘줄같이 나에게 설움을 가르쳐 준다

전란도 서러웠지만

포로수용소 안은 더 서러웠고

그 안의 여자들은 더 서러웠다.

고난이 나를 집중시켰고

이런 집중이 여자의 선천적인 집중도와

기적적으로 마주치게 한 것이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전쟁에 축복을 드렸다.

내가 지금 6학년 아이들의 과외공부 집에서 만난

학부형회의 어떤 어머니에게 느끼는 여자의 감각

그 이마의 힘줄

그 힘줄의 집중도

이것은 죄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여자의 본성은 에고이스트

뱀과 같은 에고이스트

그러니까 뱀은 선천적인 포로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속죄에 축복을 드렸다.

- 김수영,「여자」 전문

2021년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이었다.

나는 이 시에 대한 시인 노혜경의 해설을 신호탄으로 축제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쓴 김수영의 여자를 발견하는 두 개의 경로론은 짧고도 굵직했다.

시인이 축복하는 전쟁과 속죄는 각각 죽음과 생명이나 여자는 둘을 동시에 지닌 존재다.

시인은 여자에게서 고난을 겪고 속죄함으로 단독자에 도달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속해있는 <김수영 연구회>의 학술대회 강의를 들어보고 싶었다.

지난해 11월 20일 김수영문학관에서 학술대회가 있었다.

그때 이런저런 통로로 강의를 들었고 학술자료도 구해 읽었다.

이번에 솔에서 『김수영에서 김수영으로』 책이 발간되었다.

('김수영에서 김수영으로', 솔, 2022)

발표되었던 학술 자료에 논문이 추가되었다.

실제 가까이서 김수영과 한 시절을 동행했던 염무웅 선생의 「김수영이 수행한 문학사의 전환」은 상당히 읽을 만하다.

이광수나 김동리, 서정주, 박경리가 살아서 사회적 명망을 얻었다면 사후에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단단해지는 김수영을 시작으로 한국 문학사가 펼쳐진다.

내가 알기로 김수영을 이보다 잘 말할 수 있는 이는 없다.

목차는 총 4부로, 1부 다시 보는 김수영, 2부 다시 쓰는 김수영, 3부 ‘번역 체험’으로 보는 김수영, 4부 다시, 백년의 시인 김수영이다.

「김수영 시론의 비밀」을 강의했던 오길영 교수의 글도 인상적이지만 작가 김응교의 「김수영 글에서 니체가 보일 때」를 관심 있게 읽었다.

(김수영 시인. 사진=문학뉴스 DB)

김수영의 詩에는 니체가 없으나 산문에서는 거론된다.

그는 산문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니체의 ‘인간에 관한 어떠한 일도 나에게 무연치 않으리라’로 연결한다.

이 산문으로 펼쳐지는 김응교 작가의 글이 아침을 잡았다.

서가에 김수영에 관한 책이 십여 권 된다.

아침에 일어나 『김수영에서 김수영으로』를 읽었다.

시인 김수영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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