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음악극 <구두쇠 스크루지-크리스마스 캐럴>

(가족음악극 <구두쇠 스크루지> 커튼 콜. 사진=이성봉 기자)

[문학뉴스=이성봉기자] 객석의 불이 꺼지면 찰스의 서재, 책이 쌓여 있는 집필 데스크가 무대에 놓여 있다. 이야기꾼 찰스는 작가 찰스 디킨스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재)종로문화재단(대표 윤영민)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오는 26일까지 종로아이들극장(예술감독 김숙희)에서 가족 음악극 <구두쇠 스크루지-크리스마스 캐럴>(이하 <구두쇠 스크루지>)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영국의 대문호 찰리 디킨스의 원작 <크리스마스 캐럴>을 음악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병훈 연출, 구도윤 극본, 박소연 작곡으로 이병훈 연출 특유의 따뜻함과 치밀함, 섬세함이 돋보인다. 특히 초연 공연에 이어 ‘스크루지’로 출연하는 원로배우 심우창을 비롯한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과 종로어린이합창단의 앙상블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큰 스크린을 활용한 무대는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더한다.

주인공 ‘스크루지’에 이어 눈길을 끄는 것은 다양한 특수 분장으로 분한 유령들이다. 처음 등장하는 유령은 7년 전에 죽은 ‘스크루지’의 유일한 친구이자 동업자로 지독한 구두쇠 ‘말리’다. 온몸에 긴 쇠사슬을 감고 나오는 ‘말리’는 ‘스크루지’도 자기와 같이 자기 죄만큼 쇠사슬을 끌고 다녀야 할 것을 경고한다. 잠자리에 든 ‘스크루지’에게 과거, 현재,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나타난다. 유령이 보여준 것은 자신의 결정으로 펼쳐진 과거와 현재, 그리고 펼쳐질 미래의 모습이다.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자신도, 돈만 바라보다 보니 어느 듯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자신에게 일어난 특별한 경험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은 것처럼, 이번 공연은 지난 2년, 세상도, 마음도 유독 스산했던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행복의 의미를 전해준다. 2019년 성공적인 초연 공연에 이은 지난해 겨울 <구두쇠 스크루지> 공연은 코로나19로 인해, 완성된 공연을 취소하고 아쉽게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작품을 손꼽아 기다려준 관객을 위해 이병훈 연출가 등 쟁쟁한 제작 스태프와 사회적협동조합 서가연(대표 최주봉)이 협력해 베테랑 출연진을 꾸몄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왠지 기분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즈음 분위기는 “메리 크리스마스”라기엔 그다지 사회적 여건도 좋지 않다. 거리는 소상공인들의 시위와 불 꺼진 가게의 모습으로 을씨년스럽다. 극중 ‘스크루지’ 대사처럼 “빌어먹을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절로 난다.

(가운데 구두쇠 스크루지와 말리 상회 직원 밥의 아들 소마마비 팀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이성봉 기자)

작품의 배경인 빅토리아 시대, 영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대도시는 번영 이면에 무서운 빈곤과 사회적 모순과 부정이 만연한 때다. 작가 찰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올리버 트위스트> 등을 통해 사회 밑바닥의 생활상과 모습을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종로아이들극장’은 지자체 최초의 어린이 전용극장이다. 어린이 전용극장이나 어린이극을 표방하는 극장이 많지만 이 극장이 특별한 것은 300석 미만 객석을 갖춘 소극장이지만 예술감독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공연에 예술 철학이나 예술 교육정신을 극장 운영에 담는다는 의미다. 어린이연극 현장을 누비고 교육연극의 대가이자 김숙희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前이사장이 2016년 극장 개관 이후 현재까지 예술감독직을 맡고 있다.

김숙희 예술감독은 “어린이극도 충분히 예술성과 작품성을 가진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엄마이야기>(한태숙 연출, 박정자 출연) 등의 공연을 통해 종로아이들극장이 입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 70퍼센트 이상 가동했던 극장이 지난 2년간은 ‘언택트’ 공연과 객석 띄어 앉기, 공연 취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인용 공연보다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나 공연단체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어린이 공연으로 이런 정도의 규모의 작품은 거의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아시테지 산하 등록된 어린이극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극단이 300곳이 넘지만 코로나는 이런 숫자가 무색하다. 어린이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국립아동극전문극단’이 있어야 함을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는 현실”이라며 한탄했다.

현재 극장은 관객의 안전을 위해 기존 정부의 방역수칙보다 더욱 강화된 방침으로 객석 제한 운영 및 사전예약제, 가족단위 객석 거리 두기를 실행하고 있다. 예매는 종로아이들극장 02-2088-4290 또는 홈페이지(https://jct.jfac.or.kr)를 통해 가능하다. 전석 3만 원(36개월 이상 입장).

sblee@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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