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이재욱 기자] 날씨는 별로 도와줄 생각이 없었나 보다. 코로나19로 그렇잖아도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마음에 조바심이 여간 아니었을 텐데, 갑작스럽게 기온이 뚝 떨어지고 날씨마저 궂어서 주최 측의 ‘간신히…’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만했다.

그렇거나 말거나 축제는 축제였다. 지용회원 등 서울에서 버스 편으로 내려간 사람들이 도착할 무렵 지용제의 주요행사 중 하나로 줌을 이용하여 중국, 일본, 베트남을 연결하는 ‘정지용동북아국제문학포럼’이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본무대에서 개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외인지라 좀 쌀쌀한 느낌이 아니라면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을 포럼의 주제는 ‘정지용의 시 세계’였다.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동북아국제문학포럼은 이번이 4회째인데, 김묘순 충북도립대 교수의 ‘정지용의 근대 수용에 대한 소고’, 장영우 동국대 명예교수의 ‘정지용의 「카페·프란스」 재고’, 한양여대 교수인 장석남 시인의 ‘정지용의 후기 「산수시」의 출현과 관련하여’, 김동희 고려대 교수의 ‘정지용의 번역 산문과 일본어 산문’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특히 이번 포럼은 이름에 걸맞게 김재국 중국 항주사범대 전 교수, 타카다쿄코 일본 기타하라 하쿠슈(정지용 시인 유학 시절 사사하였던 당시 일본 대표시인) 생가·기념관 관장, 김영란 중국 항주사범대 교수, 대전대 석좌교수인 김소엽 시인, 베트남 작가회의 레당환 작가가 토론자로 참여하였고, 특히 타카다쿄코 관장은 거의 100년 전인 당시의 잡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34회 지용제의 백미는 역시 오후 2시부터 시작된 33회 정지용문학상 시상식이었는데, 짝짜꿍어린이합창단이 막을 열었고, 시상식 전후에 시인과 함께 하는 시노래 콘서트가 펼쳐져 축제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 오전보다는 날씨도 조금 풀려서 시 낭송과 노래 공연에 흥겨움을 더해주었고,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의 행사장도 빈 자리가 없었다.

(시상식 장면)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지용제와 정지용문학상은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주최하고 지용회와 정지용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행사인 만큼 유정현 옥천문화원장이 대회사, 유자효 지용회장이 경과보고, 김재종 옥천군수가 환영사, 이근배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이 심사평을 했으며, 유자효 지용회장, 김재종 옥천군수, 유정현 옥천문화원장이 수상자 이문재 시인에게 시상을 했다.

제33회 정지용문학상의 수상자 이문재 시인은 <혼자의 넓이>라는 작품으로 수상을 했는데, 이문재 시인의 수상소감에 이어 옥천문인협회 배정옥, 옥천지용시낭송협회 정춘옥의 지용시 낭송이 있었고, “박인수와 찬구들‘의 <향수>, <고향> 등의 축하 공연이 있었다.

('박인수와 친구들'이 <향수> 등을 공연했다.)

시상식의 2부 행사는 시낭송과 시토크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꾸며졌는데, 유자효 지용회장의 사회로 이근배, 신달자, 장석남, 이문재, 최금녀 시인이 참여하여 ‘정지용 시의 세계화’에 대한 의견을 펼치고 시를 한 편씩 낭송했는데, 이근배 시인은 <잔>, 신달자 시인은 <네가 눈뜨는 새벽에>, 최금녀 시인은 <도라산역>, 장석남 시인은 작년도 정지용문학상 수상 작품인 <목도장>, 이문재 시인은 올해 수상작품인 <혼자의 넓이>를 낭송했다.

(시낭송과 시토크)

시낭송과 시토크를 전후하여 김대성, 권희주, 신계행, 윤태규, 요요미 등의 노래공연이 펼쳐졌는데, 어느덧 축제도 무르익어 날씨 따위는 잊어버린 채 어깨춤을 들썩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역시 축제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대표시인 정지용을 기리고 그의 작품인 시(詩)의 힘이 깃든 축제이니 말해 무엇하랴.

ljw@munhaknews.com

©문학뉴스/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