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한 번도 본 적 없는 제품과 맞닥뜨리는 심정 같을 것아무런 설명서 없이 내가 나를 건네받는 심정 같을 것얼마 전에는 난데없는 참담함과 속절없음으로기계의 일부가 마비되기도 했다(…)이상하지 않은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입속에 밥을 넣고 씹다가 삼키는 것도 그렇고넘어져 생긴 상처에서 피가 나는 것도 그렇고자고 일어나면 선뜻 아침이 와 있는 것도 그렇고이대로 오줌 누다 끝나더라도 그러려니 할 것 같다 _'이상하지 않은 아침' 부분아침 준비를 할 때, 손이 차가운 것은, 찬물 때문인가, 손 때문인가, 설마 거짓일 리 없는 나 때문인가, 콩나물 같은 것, 감자볶음 같은 것, 속아도 속아도 계속 믿고 싶은, 지금 내 눈앞의 이 순간 같은 것, 지금 이 순간의 내 얼굴 같은 것. _'없는 목격자' 부분이 얼굴 하나를사실로 만들기 위해살아온 수십 년혹시 들켰을까나는 나에게단 한 번의 사건이라는 걸갑자기 발을 멈춘다 _'콧물에 대한 신념' 부분조금만 더 말을 모으면나를 설명하는 일이 가능할 거라고정확한 말을 찾아, 대상 그 자체인 말을 찾아때가 되면 진리를 치장해볼 것이라고 들떴다몇 권의 말 무덤만 덩그렇게 남길 줄도 모르고내용도 아름다움도 없는 카드에다수신인도 발신인도 없는 카드에다....황선희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를 기점으로 그 이전에 쓴 시들을 이제 묶는다”며 두려움의 내용도 모르면서 지겹도록 오래 도망쳤지만 내 얼굴이 낯설지 않은 시간을 한 번은 살아보고 싶었기에 남아 있는 생의 모든 용기를 걸고 이 불안한 속도와 맞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시인들에게 의지하여 여기까지 왔다.여기 문장들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그것으로 과분하며 다시없는 영광이겠다“며 ”당신들로 인해 나는 비로소 가치로워졌고 어느 거리에서 뿌리 없이 떠돌더라도 당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을 것이다“고 적었다.phaki5568@munhaknews.com©문학뉴스/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