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낭만서점, 개봉 전후 두 달간 판매량 집계

[문학뉴스=남미리 기자]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대중에게 검증 받은 책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기에 어느 정도 흥행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제작자들 역시 탄탄한 서사나 캐릭터를 갖고 있는 소설에 관심을 갖고 있기에 베스트셀러의 영화화 소식은 꾸준히 들려온다.

그렇다면 영화의 개봉은 소설 책 판매에도 영향을 줄까. 교보문고(대표 박영규) 팟캐스트 낭만서점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개봉된 영화와 원작의 판매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총 150편의 영화를 조사했다. 시리즈 영화의 경우 2010년대에 1편을 제작해 공개한 영화만 포함했다. 따라서 일반에 널리 알려진 <해리포터>(1999), <트와일라잇>(2007)과 같은 작품은 제외했다.

가장 중요한 판매량은 영화 개봉 전 2달과 개봉 후 2달 동안 교보문고에서 팔린 숫자를 비교했다. 이 중 유의미한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5천 권 이상 판매된 도서를 추리고, 가장 판매량 상승폭이 큰 도서 10편을 골랐다.

그 결과 영화 덕을 가장 크게 본 소설은 제임스 대시너의 『메이즈 러너』다. 이 소설은 영화 개봉 전 두 달 동안 300여 권 팔렸는데, 영화 개봉 뒤 두 달 동안 약 7000여 권이 판매됨으로써 약 21배의 증가를 기록했다. 2위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에세이로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다. 이 원작은 개봉 전 1000여 권 판매되다 개봉 후 1만 2000여 권이 판매되며 약 10배 증가했다. 3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로 유명한 「헛간을 태우다」가 실린 소설집 『반딧불이』로 이창동 감독의 <버닝> 개봉으로 판매 상승효과를 가져와 700여 권에서 7200권으로 약 9.3배 정도 증가했다. 이밖에도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이 약 8.6배, 길리언 플린의 소설 『나를 찾아줘』가 8.1배 증가했다.

이번 판매량 데이터를 집계한 구환회 교보문고 MD는 “로맨스, 스릴러, 뮤지컬, 코미디, 판타지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이 골고루 포함된 점이 흥미롭다”며 “영화와 원작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와 매력을 갖춰야만 영화 개봉이 원작 판매 증대로 연결됐다. 관객이 영화를 통해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느꼈을 때 그 감흥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기 위해 책을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허희 문학평론가는 “좋은 소설은 좋은 영화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꼭 그렇다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소설과 영화의 장르적 성격 차이를 고려해 작품을 조율할 줄 아는 창작자-감독이 소설과 영화를 같이 빛낸다”며 “상위권에 오른 작품들이 바로 그런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상세한 분석 내용은 교보문고 팟캐스트 낭만서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판매량 상승폭이 큰 도서 1~10위는 다음과 같다. 순위와 책 제목/ 영화제목/ 증가(배) 순.

1. 메이즈 러너/ 메이즈 러너/ 21.7

2.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10.6

3. 반딧불이/ 버닝/ 9.3

4. 오두막/ 오두막/ 8.6

5.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 8.1

6.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8.0

7.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 7.2

8. 파이 이야기/ 라이프 오브 파이/ 5.5

9.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안녕, 헤이즐/ 4.4

10. 그해 여름 손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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