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긴장시키는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연극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4일~12월 1일 공연

[문학뉴스=이석번 기자] 남몰래 타인을 관찰하며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위험한 글쓰기를 하는 ‘맨 끝줄 소년’, 클라우디오가 돌아왔다. 예술의전당(사장 유인택)은 오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화제의 연극 <맨 끝줄 소년>을 다시 올린다.

(<맨 끝줄 소년> 포스터.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연극 <맨 끝줄 소년>은 17세 주인공 클라우디오의 욕망과 호기심이 담긴 위험한 글쓰기를 중심으로 허구와 실제,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지적 사유를 펼치게 하는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초연과 재연에 출연한 전박찬, 박윤희, 우미화, 김현영에 안창현, 이동영, 이승혁 등이 합류한다. 유옥주, 전흥선은 코러스로 참여한다.

(2015년 초연 공연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가 2006년에 출간한 희곡으로 당시 최고 권위의 막스상(스페인 작가, 출판인협회 선정)을 수상했다. 수학교사 시절 시험문제의 정답 대신 ‘시험공부를 하지 못한 이유’를 적은 학생의 답안을 채점한 경험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수학 외에 관심이 없는 맨 끝줄 소년 클라우디오의 작문 능력을 알아본 문학교사 헤르만이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클라우디오의 이야기에 매혹되지만, 위험한 글쓰기 때문에 실제 주변 인물들이 혼란과 위기에 빠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판 당시 클라우디오의 글쓰기로 묘사되는 인물들의 모습과 상황을 독자들이 상상하며 읽는다는 점에서 연극적 요소가 가득한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2012년 프랑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인 더 하우스( In the House)>라는 영화로 찍어 2013년 개봉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극단 코끼리만보의 故 김동현 연출로 201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됐다.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 세트, 코러스를 활용해 텍스트의 행간을 채워내며 공연 내내 숨죽이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글쓰기를 향한 소년의 아슬아슬한 도발로 작품성과 도덕성의 경계에 몰아세워진 헤르만 선생, 이들이 만들어 내는 팽팽한 갈등과 긴장이 공연이 끝난 후에도 서늘하면서 짙은 여운을 남겼다.

(2017년 재공연은 초연의 드라마투르그 손원정이 연출을 맡아 진일보한 견고함과 조밀함으로 초연의 명성을 이었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맨 끝줄 소년>은 음악과 독백으로 내러티브의 행간을 채워나가는 독특한 연극 화법으로 ’마니아’를 탄생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역을 ‘100%’ 소화해 “섬뜩할 정도로 차분한” 클라우디오를 연기하며 찬사를 받은 전박찬과, 영화와 연극무대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는 안창현이 이번 공연에서는 함께 클라우디오 역에 나선다. 초연부터 문학선생 헤르만 역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윤희, 라파의 어머니 에스테르 역의 김현영, 2017년 재공연에 이어 헤르만의 부인 후아나 역의 우미화가 선보이는 빈틈없는 연기 조화가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원작 이상으로 극의 내용을 이끌어낸 제작진과 출연진의 하모니가 <맨 끝줄 소년>을 오늘까지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라면서 “철학적 주제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극언어를 좇다보면 금세 동화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입장권은 2만~5만 원이며 예매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콜센터(02-580-1300)와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극중 클라우디오의 교실 자리와 같은 1층 ‘맨 끝줄 좌석’은 2만 원이다.

sblee@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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