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빈 들에 서 있는

겨울나무처럼

발가숭이의 아픔을 견디고 이겨 내야

따뜻한 봄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문학뉴스=김들풀 기자] 감성 포토 에세이 ‘평범하지만 눈부셨던 순간들에 대하여’ 속엔 배려와 절제, 침묵이 새겨져 있다.

생에 대한 질문을 가슴에 안고 삶의 고통을 통과한 이만이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일 것이다.

대답으로 보이는 것조차 질문을 감추고 있으며, 질문 속엔 고요한 침묵이 머물고 있다. 그 침묵은 형용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 온다.

최재호 시인은 살아갈수록 그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어머니가 사무치게 보고 싶었고, 이루지 못한 꿈들이 아리게 다가왔고, 첫사랑의 애틋한 느낌이 눈물 나게 그리웠다고 말한다.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낸 그의 성찰은 우리에게 따뜻함을 준다. 무엇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고, 사람을 향한 시선도 넓어, 이 시는 우리에게 풍경 너머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은 밤과 낮의 경계처럼 아득할 때도 있지만 그 아득함의 거리는 아름답다.

이 시를 따라가다 보면 잃어버린 나를 만날 수 있고, 잊지 말아야 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된다. 그것은 진솔한 삶을 살고자 했던 최재호 시인의 진지한 노력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선물일 것이다.

이들 시편이 영상과 함께 어우러진 포토 에세이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최재호 시인은 1996년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에 당선, 시인으로 등단해 2008년 <행복한 사랑도둑>, 2009년 <천국에서의 하루, 뉴칼레도니아>를 출판했다.

1989년 KBS에 입사해 아침마당, 걸어서 세계 속으로, 생로병사의 비밀, 환경스페셜, 6시 내고향, TV쇼 진품명품 등을 연출한 교양 프로듀서다.

다큐멘터리 <우체통 속의 새>를 연출해 제24회 한국방송 대상, <삶의 노래 정선아라리>로 방송문화진흥회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5년 ABU(아시아-태평양 방송연합), 2006년 에미상(Emmy Awards)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서울여자대학교 겸임교수(TV연출론) 역임했다.

그는 춘천방송총국 편성제작국장, 강릉방송국장을 거쳐 현재 KBS 심의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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