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윤흥식 기자]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평론가인 서울대 방민호 교수(사진, 52)가 최근 한국소설이 침체에 빠진 원인으로 작가들은 마땅히 다룰 만한 주제를 외면한 채 가벼운 사소설에만 매달리고, 비평가들은 이런 현실을 무력하게 지켜만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

방 교수는 계간 <문학의 오늘> 가을호에 실은 '소설과 증언'이라는 글에서 "오늘의 소설은 쇠락 그것인가?" 라고 물은 뒤 "요즘 작가들은 소설이 무엇인지 도대체 원리적으로 탐구해보려 하지 않으며, 한국어를 어떻게 요리해야 정말 맛난 이야기가 되는지 궁리해볼 도전 의지도 그다지 강렬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의 한국 소설이 음식점 중 기피 대상 1호인 '퓨전 요리 전문점'과 같다고 꼬집었다. 값싼 양념 조미료로 젋은 사람들의 거친 입맛을 쉽게 속일 수 있기 때문에 대충 섞고 데쳐도 맛이 나긴 하지만, "최소한 문장과 단락은 어디서 나누고, 홑문장과 겹문장은 어떤 효과를 위해 써야 하는가를 요리용 저울에 달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

(<문학의오늘> 2017년 가을호)

방교수는 또 최근 한국문단에 가벼운 '사소설'이나 '후일담'은 넘쳐나지만,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증언으로서의 소설'은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 소설에서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작가들의 성찰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경우 전후 맥락을 따져보거나 국가 또는 정부의 역할을 상고할 때 명백히 학살의 성격을 띠고 있고, 북한에서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는 야만적 통치야말로 5.18과 4.16을 작게 보게 하는 학정이요 참사"라고 규정한 뒤 "세월호나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문학의 탐색은 너무 적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방교수는 이같은 흐름이 '허구에서 사실로, 소설에서 르포와 자서전, 기타 논픽션으로 돌아오고 있는 세계문학의 큰 흐름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방교수는 "요즘 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기념해야 할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문단 상황상 몸과 마음에 해롭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친일문학상 폐지 논란 등 잡음에 시달리는 문단 분위기를 전한 뒤 "비평가는 이미 패배해버린 지 오래여서. 자신이 무엇을 바꿀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무력감을 토로했다.

[사진=남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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