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권미강 기자] 최근 시집 <반지하앨리스>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견 시인 신현림 씨가 오랫동안 작업해온 사진 모티브를 도용당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 시인은 지난 23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의 사진전시회 기사를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며 도용 사실을 주장했다.

신 시인이 올려놓은 지난 5월2일자 조선일보 기사는 ‘그림인 줄 알았는데 사진이네’라는 제목으로 안 준 사진작가의 'Unveiled Scape(드러나는 풍경들)'란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안 준 작가, 사진 작품 'One Life')

기사에는 3개의 사과가 허공에 머문 순간을 촬영한 'One Life‘(사진)라는 작품이 실려 있는데 느낌은 물론 컨셉과 모티브까지 신현림 시인이 오랜 기간 벌여온 사진 작업과 빼다 박아놓은 듯 비슷하다는 것이다.

(신현림 시인의 사과 연작 사진 )

이 기사는 안 작가의 사과 연작이 “기묘한 분위기의 정물화처럼 보이지만 빨간 사과를 바다, 숲, 낡은 건물 앞에 던져 올려 허공에 머물러 있는 순간을 촬영한 사진이다”라고 전하고 있다. 신현림 시인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작품 컨셉(사진)과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현림 시인, '사과 날다' 연작)

신현림 시인은 ‘사과 날다’라는 타이틀로 ‘사과를 모티브로 한 사진 작업’을 십여 년째 계속하고 있는데 2011년엔 이들 작품을 한데 모아 ‘사과밭 사진관’ 제목의 전시회를 열었고 눈빛출판사를 통해 사진집도 발간했다.

지난해에도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경주남산을 배경으로 사과 모티브를 담은 ‘사과 날다’ 사진전을 가졌다.

사과특산지 청송과 예산 등지에 있는 사과밭에서 작업(사진)을 계속하기도 했던 신 시인은 2년 전 지인으로부터 안 준 작가가 사과를 모티브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신현림 시인, '사과 날다' 연작)

그러나 당시 안 작가로부터 개의치 않는다는 답변을 전해 들어 충격을 받았으며 그는 지금까지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이같은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신 시인은 주장했다.

신현림 시인은 “문화예술은 기획이 예술의 시작이며 모티브 자체가 작품의 출발이다. 14년 간 진력한 사과모티브 작업을 한 순간에 도용당한 작가로서 그 상처는 예술작품을 모조리 도난당한 허탈함과 다르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안 준 씨는 2013년 영국의 전문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 포토그래피'에서 주목해야 할 사진작가로 선정되는 등 역량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신 시인은 “안 작가의 작품이 모티브 도용인지 아닌지 공개적으로 사람들의 판단을 구하고 예술가로서 최소한의 윤리마저 저버린 안 작가에 대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