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뉴 이어'는 극장 개봉과 함께 OTT 플랫폼 티빙에서 동시 상영을 선택했다)

[문학뉴스=백성원 영화전문 기자] 지난 2021년 12월 29일, 곽재용 감독이 오랜만에 로맨스 장르로 복귀해 화제가 된 한국영화 <해피 뉴 이어>는 극장 개봉과 함께 OTT 플랫폼 티빙에서 동시 상영을 선택했다.

개봉 당일 한국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한 <해피 뉴 이어>는 개봉 첫 주 최대 832개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해, 1월 1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관객 수 22만 7,450명으로 박스오피스 5위권을 차지했다.

-영화와 플랫폼의 새로운 결합 방식을 모색하다

극장과 같은 날 OTT 플랫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 <해피 뉴 이어>는 공개 당일 티빙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배급 관계자는 “극장과 OTT 서비스 동시 공개라는 상황에서도, 극장 박스오피스 1위, OTT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매우 유의미한 스코어”로 평가했다.

멜로 영화계의 대표 감독 곽재용의 복귀작에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윤아, 원진아, 서강준, 김영광 그리고 중견 연기파 이혜영과 정진영 배우까지 총출동한 화제작으로 손꼽히던 <해피 뉴 이어>의 화제성을 상기하면 극장 개봉 성적이 다소 아쉬워 보이지만 <해피 뉴 이어>의 성과는 ‘온&오프 동시 상영’ 측면에서 보면 그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해피 뉴 이어>는 티빙 플랫폼을 통해 2022년 1월 말 설 연휴 기간에 6부작 확장판을 공개할 예정이다. 각자의 ‘러브스토리’를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아온 14인의 사연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낸 138분의 영화가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6부작 시리즈’로 확장시키는 방식이다. 6부작 확장판은 영화보다 60분 분량이 늘어난 버전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극장과 OTT 동시 상영뿐 아니라, 영화와 ‘시리즈’를 동시에 제작하는 방식은 <해피 뉴 이어>가 최초 실험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극장과 OTT 플랫폼의 ‘온&오프 동시 상영’ 형식을 넘어서, 기획 제작 단계에서부터 극장 개봉용 ‘영화’와 OTT 플랫폼 특화형 ‘시리즈’를 동시에 제작하는 시도는 영화와 플랫폼의 새로운 결합 방식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상영의 ‘온&오프’ 시대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상생을 위한 극장과 OTT

코로나 팬데믹이 2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극장과 OTT 플랫폼은 이제 ‘상생 관계’로 발전했다. 지난 2017년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의 극장 상영을 두고 멀티플렉스가 ‘홀드백 기간’을 이슈로 극장 상영을 불허했던 시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극장과 OTT ‘동시 개봉’이라는 파격적 행보는 지난 2021년 4월 <서복>을 통해 첫 발을 뗐다. 2021년 초에도 극장 개봉을 준비하던 영화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 공개로 ‘플랫폼전환’을 한 경우는 있지만, 홀드백 없이 ‘동시 개봉’을 선택한 경우는 <서복>이 처음이었다. 이후 극장과 OTT 플랫폼의 상생은 급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사실 이보다 앞서 OTT 오리지널 영화에 극장 문을 연 건 메가박스였다. 메가박스는 2019년 10월부터 <더 킹: 헨리 5세>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극장 상영했고, 다음 해인 2020년 11월부터는 롯데시네마와 CGV도 ‘온&오프’ 개봉 방식에 합류했다.

짧게는 9일, 길게는 2주 정도의 홀드백 기간 동안 극장에서 먼저 상영하고,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2021년 4월 CGV는 국산 OTT 플랫폼 ‘왓챠’와 협업한 ‘왓챠관’을 오픈, CGV 전국 14개 상영관에서 왓챠의 영화 콘텐츠를 상영하는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방역 지침이 강화되면서 극장 개봉작이 자취를 감춘 2021년 10월 이후 극장은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영화’ 상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CGV는 2021년 10월 ‘넷픽(NETFIC, NETFLIX IN CGV)’ 특별전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6편을 연속 상영하는 ‘온&오프’를 이어갔다.

-2022년에도 극장과 OTT의 ‘온&오프’ 협업은 계속될까?

이제 ‘영화’를 상영 플랫폼으로 ‘구분’하는 것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됐다. 극장은 언제나 관객을 불러올 새로운 영화를 원하고, 관객 역시 영화를 영화답게 관람할 수 있는 극장 상영 시스템을 원한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극장과 OTT의 온&오프 협업은 익숙한 상영 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그 모습이 2021년과는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프로그래머 김지현은 “가장 중요한 전제는 극장의 ‘홀드백 기간’에 관한 체계적인 논의, 그리고 수익배분의 변화다. 여전히 극장가는 홀드백 기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견해를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극장 관람객 수가 급감하고 신작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극장들이 재개봉 영화나 기획전을 꾸려 극장 상영을 이어간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대형급 영화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영화’를 ‘온&오프 방식’으로 극장 상영하는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볼 때 그동안은 코로나 팬데믹이 급격하게 바꾸어 놓은 영화 환경에 적응하고 좇는 과도기였다면, 2022년은 변화의 룰을 영화계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대다수 영화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phaki5568@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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