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의 지식재산권 제대로 알기 5]

수능시험, 학교 내신시험, 공무원 시험 등 각종 시험에서 소설이나 에세이 등의 문학작품을 지문이나 참고자료로 인용한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을까?

수능시험에 사용해도 저작권 침해 안돼

시험문제에는 문학작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작권법에는 저작물을 저작권자 허락 없이 복제·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부터는 시험 출제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저작물을 “공중송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신설되었다. 공중송신은 저작물 등을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법 개정으로 온라인 시험 등에서도 문학작품을 자유롭게 인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32조 (시험문제를 위한 복제 등) 학교의 입학시험이나 그 밖에 학식 및 기능에 관한 시험 또는 검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목적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에서 공표된 저작물을 복제·배포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시험 종료된 후 인터넷 게시는 저작권 침해

최근 문학작품을 시험문제 출제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험이 종료된 후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인터넷에 게시했다면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학작품을 인용한 고입선발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의 문제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에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는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평가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시험문제를 위한 공중송신이 추가된 현행 저작권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해 허용되는 행위라고 보아 저작권협회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저작권협회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저작권법 32조에 따라 시험문제에 저작물을 자유이용할 수 있는 범위는 응시자의 학습 능력과 지식 등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한 시험의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해당 시험이 종료된 후에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것도 해당 시험의 목적에 필요한 범위, 즉 해당 시험문제에 대한 이의신청 등 검증 과정을 거쳐 정당한 채점과 성적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제한적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시험 종료 후 시험문제의 비밀성을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고 해당 시험의 목적 달성에 절차상 필요한 과정이 종료된 경우에까지 저작물의 자유이용이 허용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평가원이 저작권협회 측에 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표된 저작물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그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게시한 평가원의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된다.

조기현변호

법무법인대한중앙의 대표변호사로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을 겸하고 있다. 5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정치, 사회, 문화 분야에서 합리적이고 참신한 통찰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메일: ssun60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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