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에서 운영하는 제7회 문지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박민정(32, 사진)씨가 선정됐다. 지난해 11월 출판사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소설'로 선정됐던 단편 '행복의 과학'이 수상작이다. '행복의 과학'은 일본에 실재하는 신흥종교라고 한다. 도쿄대 법대 출신 창시자의 소신에 따라 수행이나 고행이 아닌 적극적인 출판활동을 통해 교세 확장을 꾀해 왔다.




1986년 교단이 생긴 이래 2014년 말까지 무려 1400권의 교리 관련 책을 출간했을 정도다. 수상작은 이 신흥교단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의 해묵은 원한과 혐오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다뤘다고 한다. 과거 식민 지배시절 벌어진 일에 대해 언제까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일본과 일본인 전체를 가해자로 몰아세울 거냐고 비판하는 일본 내 신(新)혐한감정과, 그 반대편에서 그런 경향에 대해 반성하는 이야기가 두루 나온다.




이달의 소설 선정 당시 문학평론가 강동호씨의 심사평이 시사적이다. 다음은 그 전문(全文)이다.




박민정의 '행복의 과학'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치적 퇴행 조류, 외국인과 소수자 그리고 여성에 대한 혐오를 토대로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적 역사주의와 겹쳐 읽을 때 더욱 흥미롭게 논할 수 있는 동시대적인 텍스트이다. 퇴행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단순한 복고적인 흐름으로 여기기에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그간 관용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이해되어온 서구식 민주주의 이념과 탈민족주의적 사유의 한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역사’라는 이름이 그와 같은 극단적인 우파적 정념을 되살리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동안 역사적 상상력이 문명의 개진 과정에서 양산한 수많은 폭력을 반성하고 피해자를 복원하기 위한 진보적 성찰의 거점일 수 있었다면, 오늘날 우익들이 욕망하는 것은 그와 같은 자기 비판적 태도를 부인하고 망각함으로써 역사를 단일화하려는 정치적 운동에 가깝다. 이러한 부인과 망각의 욕망은 그 자체적으로 종교적인 데가 있다. 박민정의 소설이 소재로 삼고 있는 ‘행복의 과학’이 역사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종의 유사 종교라는 점은 그런 맥락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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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에서도 드러나듯, 단일한 이야기에 대한 욕망은 그 자체적으로 종교와 다를 바가 없으며, 종교는 다른 교리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정치적이기까지 하다. 역사를 종교적으로 정치화 하려는 우익적 흐름을 해체하는 것. 그것은 역사를 다시금 정치적으로 역사화 하는 길, 더 나아가 거대 서사에 짓눌려 있는 이야기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박민정이 '행복의 과학'을 통해 보여준 소설적 상상력이 드러내고 있는 가능성 역시 거기에 있을 것이다.




문지문학상은 매달 문학잡지와 온라인 지면에 발표된 등단 10년차 이하 작가들의 중단편 가운데 빼어난 작품을 매달 ‘이달의 소설’로 선정한 후 매년 초 이달의 소설 가운데 한 편을 뽑은 수상작이다. 이달의 소설 선정 시점에 문학과 지성사 홈페이지에 선정의 말, 작가 인터뷰 등을 소개한다. 상금은 1000만원, 시상식은 5월에 열린다.




올해가 7회째로 지금까지 이장욱의 '곡란', 김태용의 '머리 없이 허리 없이', 김솔의 '소설작법',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 윤이형의 '루카', 정지돈의 '창백한 말'이 수상작응로 선정됐다.




[출처: 중앙일보] 문지문학상에 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