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이재욱 기자] 김세윤 시인이 시집 <코리아 블루스>를 펴냈다.

(김세윤 시집, (주)천년의시작, 2021년 8월, 값 1만 원)

시집은 “자유롭고도 역동적인 ‘춤’과 ‘음악’과 ‘문장’의 힘으로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 시간과 공간, 이성과 욕망의 이중주를 다양하게 펼쳐낸 언어적 연금술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는 소개말이 눈길을 끈다. 소개말과 연관이 있을 성싶은 ‘뮤직 박스(전문)라는 시를 인용한다.

날 꺼내 줘 이 울음 속에서

누르면 터지는, 후렴까지 다 끝내도록 그치지 않는

뮤직 박스 안 빙글빙글 돌아가는 인형

음악이 무거운 걸 모르는 천사거나 요요를 모르는 악마거나

이 발에서 저 발로 박스를 굴렀을 뿐

영혼이 밟히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구를수록 사방에 음악이 터지진 않아

구를수록 단번에 머리가 깨지진 않아

내 말 좀 들어 봐

스스럼없이 박스 속을 들락거린다 해도 음악이 치가 떨리는 분노를 잠재우지 않아

온몸이 으슬으슬해, 더 으슥한 곳이라도

날 데려다 줘, 아무 데도 나갈 데가 없어

엄마, 나 비트 박스라도 이 속이 더 편해

나오자마자 어디론가 노래의 날개가 사라져

베이비 박스가 턱 하니 내 눈앞에 떨어졌다

노래에 짓눌린 인형의 머리가 수박처럼 쏟아졌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시인이 “‘늙음’과 ‘죽음’이라는 현상을 소환하여 거기에 ‘춤’과 ‘문장’의 이미지를 불어넣음으로써 다시 한 번 그만의 예술적 자의식을 구현해” 나간다고 소개한다.

추천사를 쓴 문학평론가 오민석 단국대 교수는 김세윤 시인의 시가 “수직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수직의 저 위에 놀이와 초월과 모래성의 허망이 있”고, “수직의 저 아래에 피와 죄와 죽음이 있”으며, 시인은 “위와 아래를 왕래하면서 자유와 속박, 영혼과 육체, 삶과 죽음, 미래와 현재 사이의 주름들을 어루만지”는 것으로 평한다.

김세윤 시인은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 <도계행> <황금바다> 등을 출간한 바 있으며, 한국해양문학상,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대상, 포항소재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코로나 블루스>에 실린 ‘시인의 말’이다.

공중을 차고 오르는 순간

난 숨 덩어리가 된다

뛰어라, 늙은 래퍼

발을 헛짚어 네 허방에 닿기 전에

바닥이 마구 몸을 끌어당겨도 발끝으로

코로나 블루를 리듬 앤 블루스로 낚아채며

방금 이식 수술 받고 나온 사람처럼

기뻐 춤춰라, 네 뛰는 심장의 노래를

ljw@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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