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자오옌녠' 목각 판화 작품집 마지막 권

[문학뉴스=윤지현 기자] 중국 판화계 거장 자오옌녠의 목각 판화와 함께 읽는 루쉰 작품선집 <그림으로 만나는 루쉰(趙延年木刻魯迅作品圖鑑)>(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자오옌녠이 루쉰 텍스트를 바탕으로 작업한 판화 100여 점을 직접 정선해 묶은 도감이다.

루쉰(魯迅, 1881~1936)은 중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문학자이자 사상가다. 평생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날카로운 필봉을 휘두르며 중국의 현실을 고발한 소설과 잡문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 책은 루쉰 텍스트에 대한 판화가 자오옌녠의 해석과 감상, 거기서 출발하는 판화 구상의 과정과 목각 기법을 설명하고, 루쉰에 대한 정제된 소회를 기록했다. 그의 판화는 루쉰의 글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면서 독자에게 루쉰 작품에 대한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판화가 자오옌녠은 평생에 걸쳐 목판화 작업에 투신, 700여 점의 판화를 조각했다. <그림으로 만나는 루쉰>에는 그가 작업한 <아Q정전>의 판화 32점, 산문집 <들풀>에 수록된 판화 16점, <광인일기>의 판화 29점, <고독자>의 6점, <옛이야기, 다시 쓰다>의 8점이 실렸다.

판화의 소재가 된 루쉰의 텍스트, 판화, 판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밑그림들, 자오옌녠의 설명이 함께한다. 또한 루쉰 생애의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한 판화들도 실렸다.

창작자가 작품을 구상할 때 거듭 생각하고 거듭 그려야만 적절한 표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법칙이라고 할 것이다. 관건은 자신의 생각이 분명해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38쪽

사람 사는 세상에도 보이지 않지만 많은 선이 있다. 그리고 그런 선은 형체를 지닌 선보다도 더욱 꼭꼭 모든 사람을 묶고 있다.

많은 사람은 자기 선 안에 꼼짝하지 않고 서서 서로 결탁하고, 여러 다른 세력 집단을 형성하여 서로 같이 꼭 끌어당기면서 자기 패거리들 이익만 생각하고 전반적인 국면은 고려하지 않는다. 68쪽

삽화는 텍스트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독립적인 예술성을 지녀야만 텍스트 속 인물과 감정, 배경이 일체를 이루어 풍부한 감정이 생겨나고, 추상적 텍스트를 가시적인 회화 언어로 바꿀 수 있다. 146쪽

루쉰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루쉰의 작품 세계를 부담없이 들여다보게 하는 ‘루쉰 입문서’, 루쉰에 정통한 사람에게는 그의 저작들을 한 번에 꿰뚫으며 본인의 생각과 자오옌녠의 해석을 견줄 수 있는 전문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자오옌녠의 삶과 작품 세계를 통해 목판화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그의 작품 중 백미로 꼽히는 <루쉰상>의 창작 과정을 들여다보면 예술가의 고민과 ‘일’에 관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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