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민 영웅 알랭 제르보가 남긴 해양 다큐멘터리 문학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영혼'표지)

[문학뉴스=백승 기자] ‘20세기의 오디세우스’, ‘잃어버린 세대의 마지막 댄디’로 불린 남자. 프랑스의 국민 영웅 알랭 제르보가 남긴 해양 다큐멘터리 문학의 세계적 걸작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 세계일주 단독 항해기>(원제: Sur la route du retour)가 한국어판으로 처음 번역됐다.

파람북이 펴낸 이 책은 단독 세계일주 항해기로, 남태평양의 섬과 풍속에 대한 소중한 역사를 담고 있는 기록이며 또한 해양 다큐멘터리 문학의 걸작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저술이다. 1만 5,000원.

알랭 제르보 항해일지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지명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신혼여행지로 즐겨 찾는 태평양의 사모아, 피지, 타히티, 폴리네시아 등을 비롯해 호주 주변과 대서양의 수많은 섬과 바다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또 현재 우리가 관광지로밖에 대할 수 없는 그곳의 진짜 자연과 인간, 삶과 풍속에 대한 기록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점점 사라져가는 해양 문화의 본모습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기록으로 당시 수많은 섬들을 연결하는 연락선과 관광용 기선 등의 면모를 통해 해도, 항해술, 통신망 등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관찰기라고 할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불운한 항로’를 보자. “바람에 맞서 수없이 배의 측면을 끌어당기고 또 파도가 끊임없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는 오후 2시에 남동쪽 호니콜루 해협 앞에 도착했다. 해류가 험해 들어가기 매우 어려운 입구로 유명한 곳이다. 오래전에 프랑스 군함 ‘레르미트’가 이곳에서 좌초했고, 그 굴뚝이 물 위에 솟아 있어 해협 입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되었다. 그렇게 무모한 항해자에게 경고하는 표시였다. 그렇지만 내가 갖고 있는 항해 지침에는 입구가 낮고 잔잔한 곳으로 되어 있었다. 보라보라에서 ‘카시오페호’ 함장도 마찬가지로 말했다. 아무튼 나는 강한 물살을 타고 진입하는 쪽을 택해 해협으로 나아갔다.”

또 ‘귀로에서’ 편에서는 “부두 곁 바닷가에 클럽이 있었다. 현지 영국과 프랑스 사람들이 모여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오헤브리데 사람들이 농장에 강제로 고용한 ‘흑인 사냥’을 알고 있었다. 이 제도는 과거에 너무 많이 남용되었는데, 이제는 엄격하게 통제, 조정되고 있다.”에서 보듯 열대지방에서의 백인들의 생활방식을 보며, 원주민의 수천 년 묵은 전통에 따라 자연과 더불어 생활 방식을 찬양한다.

그런가 하면 ’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에서는 “물고기의 습성을 공부하는 것은 전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이놈들의 지능과 숱한 통신수단 증거를 수집해두었다. 바람이 잦아들었을 때, 나는 진주모를 낚시 미끼로 삼아 물에 던져 심심풀이를 즐겼다. 돌고래들은 가짜 먹이가 위험한 줄 금세 알아챘다.”고 술회한다.

“4월 19일 새벽, 30마일 전방에 세인트헬레나 섬의 봉우리들이 나타났다. 나는 섬의 북동쪽을 끼고 돌았다. 가파르고 황량한 절벽이었다. 또 다른 연안 쪽에서 바람이 가볍게 불었지만, 산골짜기를 빠져나오는 작은 돌풍일 뿐이었다. 나는 15시에 제임스 만에 정박했다. 그림 같이 고운 제임스타운 시 앞에, 두 개의 산에 둘러싸인 깊은 계곡의 품에 안착했다. 케이프를 떠난 지 33일 만이다. 세인트헬레나 섬은 빈번히 드나드는 관광객 때문에 모든 점에서 불편했다. 상륙하자마자 사람들은 그림엽서와 기념물을 팔려고 달려들었다.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사는 주민 대부분이 한때 드나들던 영국 선원의 자손이거나, 옛날에 이곳에서 일하던 노예의 자손이다. (‘폭풍우 몰아치는 희망봉’ 중에서)

6월 18일, 차분한 날씨였다. 나는 고래 같은 검은 물고기 수백 마리에 둘러싸였다. 이놈들은 칼처럼 커다란 등지느러미에 대가리는 네모반듯했다. 놈들은 수평선을 감시하듯 완전히 수직으로 물속으로 뛰어들면서 작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런 동작은 영국인이 ‘피치 폴링’이라고 하는데, 향유고래의 특성이라고 잘못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6월 21일, 상어 한 마리가 오랫동안 나를 좇아왔다. 거대한 외투홍어도 함께 따라왔다. 홍어는 폭이 12미터쯤 되는데, 놈이 따르는 상어보다 더욱 무시무시해 보였다. (‘북반구로 돌아오다’ 중에서)

저자 알랭 제르보 (Alain Gerbault) 프랑스의 신화적인 국민 영웅이다. ‘20세기의 오디세우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젊은 시절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하고, 축구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해 뛰어난 무공을 세웠다. 무엇보다 유럽인으로서는 최초로 조그마한 돛배로 세계일주 단독 항해에 성공하는 초인적인 성과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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