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에게 듣는다

[문학뉴스=이재욱 기자] 지난 4월 문학뉴스가 한국문인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을 때, “자치단체의 문학관 중에 도봉구의 김수영 문학관도 모범사례”라고 했던 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의 언급이 이번 취재의 동기가 되었다. 최근 문학뉴스는 이동진 도봉구청장을 만나 도봉구의 문화행정의 앞날에 대해 들었다.

(김수영 시비)

이동진 구청장을 만나자마자 “왜 ‘더 큰 도봉’을 내세웠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2010년에 처음 구청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주민들을 만나보니 서울시민이란 의식은 확실한데, 도봉구민이란 소속감과 인식은 좀 덜하더라고요. 그래서 도봉구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위해 ‘더 큰 도봉’을 내세웠지요. 문화, 교육, 복지, 인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통해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훨씬 낫게, 더 가까이 와 닿는 도봉을 만들자는 욕심도 있었지요.”

(이동진 도봉구청장)

3선의 이동진 구청장은 ‘더 큰 도봉’에 대한 일관된 소신으로 구정을 펼쳐왔고, 그에 걸맞게 도봉과 연관된 인물을 발굴하는 데도 열정을 보였다. 창동역사문화공원에 일제강점기의 세 사자(獅子)로 일컬어지는 가인 김병로, 위당 정인보, 고하 송진우를 기리는 ‘3사자상’을 조성하고, 함석헌 선생 기념관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봉 역사문화공원의 3사자상)

도봉과 인연이 있는 인물 가운데 확실한 정체성을 가졌던 분들을 찾아서 드러내는 일은 문학을 비롯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김수영 시인과 간송 전형필 선생, 아기 공룡 ‘둘리’를 탄생시킨 김수정 작가가 그런 분들이다.이동진 구청장이 서울에서는 최초로 문학관을 설립하기 위해 시인의 여동생인 김수명 (현) 명예관장을 만났을 때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이 구청장은 시인의 명성에 비추어 문학관의 규모에 대해 걱정했다고 한다.

(김수영문학관. 사진=도봉구청 제공)

“내가 걱정을 하자 김수명 선생이 ‘오빠가 살아계신다면 규모만 크고 내용이 없는 것보다는 알차게 운영되는 문학관을 좋아하실 거예요.’라고 하셔서 한껏 고무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김수영 문학관은 육필원고 같은 소장품은 물론이고 정기 인문학 강연 등의 행사도 알찹니다. 김수영 청소년 문학상은 벌써 8회를 맞이하고 있고요.”

간송옛집을 복원하게 된 계기도 이 구청장의 눈썰미와 관심 덕분이었다. 취임 초기에 등산을 하다가 폐가처럼 방치된 채 비가 새지 않도록 지붕에 천막까지 덮어놓은 한옥을 보고 내력을 알아봤다는 것.

(복원된 '간송옛집.' 사진=도봉구청 제공)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간송 전형필 선생의 집이라는 겁니다. 간송 선생이라면 만석꾼의 재산을 훈민정음 해례본 등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쏟아 부었던 분 아닙니까? 당장 문화재 등록 신청을 하여 제521호 등록문화재로 등록했지요. 말끔하게 보수하고 재단장한 다음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여 도봉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는데, 클래식과 K-팝 등 전통가옥 공연장으로도 인기가 있습니다.”

(둘리뮤지엄. 사진=도봉구청 제공)

단일 만화 캐릭터를 주제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공립박물관인 ‘둘리 뮤지엄’도 도봉의 빼놓을 수 없는 상징문화자산이다. ‘둘리 아빠’인 김수정 작가의 동의를 받아 뮤지엄을 세우고,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둘리 테마거리, 둘리 테마역사(驛舍)를 조성했으며, 우이천을 따라 둘리 벽화 산책길까지 만들었다. 뮤지엄에는 만화책과 예술 책으로 특화된 둘리도서관도 갖추고 있다.

“이런 도봉의 상징문화자산을 통해 자부심과 정체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문화는 비록 무형이지만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도시 발전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도봉의 경우에도 문화의 역할은 마찬가지입니다.”

(둘리 캐릭터를 활용한 경찰 마스코트)

도봉의 이런 역사와 문화의 매력을 엮어 한꺼번에 맛볼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도봉문화원 평화의 소녀상과 창동역사문화공원 3사자상, 함석헌 기념관, 아기공룡 둘리 테마거리, 둘리뮤지엄, 김수영 문학관, 왕실묘역길의 연산군묘와 한글 창제의 숨은 인재인 세종대왕의 둘째 딸 정의공주 묘, 간송옛집을 연결하는 ‘도봉 역사문화길’이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어떨지는 몰라도 도봉구에서 문화 해설까지 서비스하는 프로그램으로 북한산 둘레길 방학동길과도 연결되어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울의 유일한 사액서원(賜額書院)으로 정암 조광조의 위패를 모셨고, 우암 송시열을 배향하는 도봉서원의 복원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서 역사문화길이 제대로 완결되지 못한 듯싶은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쯤 착공하여 2024년 1월경 개관 예정인 2만 석 규모의 서울아레나는 대한민국 최초의 대중음악 공연장으로서 K-팝의 성지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전망은 도봉이 문화예술의 매력이 넘치는 도시임을 자랑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이동진 구청장의 말에도 그런 자부심이 묻어난다.

“서울아레나는 국내용으로만 건설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 톱클래스 아티스트들의 공연장이 될 것이고, 관객의 3분의 1이나 절반쯤은 세계적인 공연을 관람하러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로 채워질 것으로 봅니다. 기초자치단체가 이런 문화산업단지나 인프라를 제안하여 이루어낸 사례는 도봉구가 특별한 경우라고 봅니다.”

ljw@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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