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 시시콜콜] 시 낭송과 풀이

유월의 노래

신석정

감았다 다시 떠보는

맑은 눈망울로

저 짙푸른 유월 하늘을

바라보자.

유월 하늘 아래

줄기줄기 뻗어나간

청산 푸른 자락도

다시 한 번 바라보자.

청산 푸른 줄기

골 누벼 흘러가는

겨웁도록 잔조로운 물소릴

들어보자.

물소리에 묻어오는 하늬바람이랑

하늬바람에 실려오는

저 호반새 소리랑

들어보자.

유월은 좋더라, 푸르러 좋더라.

가슴을 열어주어 좋더라

물소리 새소리에 묻혀 살으리

이대로 유월을 한 백년 더 살으리.

https://youtu.be/fCXRlhoSbks

유월이 시작되었다.

유월엔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서 하늬바람에 온몸을 실어 유유히 하늘을 보고 청산 푸른 자락도 바라보고 싶다.

가슴을 활짝 열고 청산 푸른 줄기 골짜기를 흘러가는 물소리도 들어보고 싶다.

5월 초순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여름 철새인 호반새는 몸이 붉디붉어 ‘불새’ 또는 ‘적우작(赤羽雀)’이라고 부른다. 이 호반새에 대한 전설이 있다.

아주 옛날에 부모 말을 잘 듣지 않는 아들이 있었단다.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물을 달라 했더니 아들은 물 대신 화로에서 타고 있는 붉은 숯덩이를 보여주었다.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시고 아들은 신의 저주를 받아 빨간 새가 되었다. 새가 된 아들은 물에 비친 본인의 빨간 모습이 불처럼 보여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호반새는 비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여 수연조(水戀鳥)라고도 한다.

아침과 저녁, 비 오는 날이나 흐린 날, 짙푸르게 흘러가는 물소리와 아름다운 소리로 길게 우는 수연조 소리에 묻혀 유월의 한 날을 한 백 년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박미산 (시인 ·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