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의 종횡무진]

(김미옥 활자중독자)

-왜 자살하지 않습니까 (1)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가 왜 이 책을 이제 읽었는지 모르겠다.

2020년 6월에 발간된 책이어서 초판인 줄 알았다.

이번 개정으로 내가 알고 싶던 로고테라피(Logotherapy)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했다.

이 저자를 얘기하려면 정신분석요법의 흐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분석요법의 1세대가 프로이트라면 2세대는 개인심리학의 아들러이고 3세대가 빅터 프랭클로 그는 정신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 학파 창시자이다.

그는 1905년 오스트리아의 빈 출생으로, 빈 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3년을 살았다.

그 강제수용소의 경험이 이 이론의 모태였다.

(빅터 프랭클 박사, 사진=청아출판사 제공)

아우슈비츠 수용소 경험을 책으로 쓴 유태인들은 부지기수다.

고통과 공포와 죽음의 경험을 너무 많이 접하다보니 식상하고 말았다.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었던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을 끝으로 나는 아우슈비츠 경험담을 안녕했다.

그나마 <운명>을 기억하는 것은 작가가 시체를 운반하고 태웠던 그 시절을 고통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 저녁노을 풍경이 주는 위로를 더 부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석방되어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위로 차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오.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청아출판사, 2020)

이 책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그렇다.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분노하고 슬퍼하며 징징거리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수용자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어

그 경험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로고테라피(Logotherapy) 이론을 창시했다.

내가 과학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객관적인 시선이기 때문이다.

관찰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고 마침내 해법을 찾아내는 이런 시선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이 책이 대단한 이유는 유태인 정신과 의사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비탄에 잠긴 것이 아니라 수용소 동료들을 대상으로 집단 치료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니체의 말을 인용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2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