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길, 다산의 꿈-조선 진경 남양주> 출간...역사·풍광 해설 담아

[문학뉴스=백성원기자] 오랜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지역 가운데에서도 남양주는 두드러진다. 특히 조선 시대 역사를 보면 남양주는 단연 독보적이다. 태조 이성계부터 조선의 마지막 순종 황제까지 발자취가 남아 있어, 발 닿는 곳곳에서 조선왕조 오백 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강이 흐르는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든 남양주. 두 물이 만나 한강으로 바뀌는 팔당호 주변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과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의 자취가 있다. 오늘날에도 어느 곳이나 물 맑고 산이 좋다.

이같은 남양주의 넘치는 역사를 해설하고 자연의 풍광을 담은 책 <왕들의 길, 다산의 꿈-조선 진경 남양주>(황호택· 이광표 공저, 2만2천원)가 컬처룩에서 출간되었다. 지난해 경제신문 연재물로 학계와 재야의 주목을 받은 남양주 탐사는이번에 책으로 펴내며 풍부한 실증 사료와 깊은 시각을 담아냈다. 기자 출신인 두 저자는 함께 답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의 전문 분야를 집필하면서 서로의 글을 보완해 남양주를 새롭게조명했다.

이 책은 종주에 몇 시간씩 걸리는 남양주의 산들을 수차례 직접 답사하고, <조선왕조 실록>을 비롯한 많은 역사 자료를 현장과 대조하며 빈틈을 메워 나간 게 눈에 띈다. 누구나 아는 역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내기도 했다.

특히 이장 후 남은 묘터에서 조선 시대 화장품 발견의 의의를 설명하고, 광해군 자손의 묘소(추정) 발견의 의미를 밝힌 것은 남다르다. 또한 남양주에서 만나는 역사 속 인물들의 내면까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남다른 흥미를 갖게 한다.

남양주는 조선 시대에는 풍양현(豊壤縣)으로 불렸다. 이름대로 비옥한 너른 평야 지역으로 한양에서 가깝고 한강이 이어져 사람들이 모였다. 남양주가 “학문의 요람이었고, 철학의 산실이었으며, 예술과 상상력의 공간”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그곳엔 늘 한강이 흐르며, 한양으로 가는 그 길에 남양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수종사, 봉선사 등 유명 사찰이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인 광릉 숲, 트레킹하기 좋은 운길산・예봉산 ・축령산이 있고 지금도 등반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락산・불암산이 있다.

남양주에는 유독 조선 왕과 왕실의 무덤이 많다. 세조와 정희왕후가 묻혀 있는 광릉, 비극적 삶을 살다 간 단종비 정순왕후의 사릉, 고종과 명성황후의 홍릉, 순종과 황후들이 묻혀 있는 유릉 등. 비록 폐위됐지만 광해군의 묘도 있다. 홍유릉 구역에는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과 영친왕비 묘(영원), 덕혜옹주의 묘, 마지막 황사손 이구의 묘(회인원)도 함께 있다.

가장 걸출한 인물은 다산 정약용이다. 마재마을에서 나고 자란 다산은 초년과 노년을 남양주 ‘여유당’에서 보냈다. 조선 후기 격동 속에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처신한 그의 삶의 태도는 머뭇거리고 조심한다는 뜻의 당호에 그대로 묻어난다.

지금은 서울 강남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지역으로 알고 있는 남양주. 저자들은 고리타분하고 박제된 과거가 아닌 가치가 있고 생동감 넘치는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기반이 되는 남양주학을 제안한다.

책을 펴낸 황호택 아주경제 논설고문(서울시립대 초빙교수)은 "사람들은 왜 남양주를 찾을까. 조선의 왕들로부터 장삼이사 무지렁이 백성까지, 죽어서도 찾아간 남양주는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길이 만나 한강으로 나아가는 곳이며, 만남과 새로움을 꿈꾸는 청춘의 땅"이라고 강조한 뒤 남양주에서 역사와 문화, 자연을 만나고 이러한 지역학의 성과들이 다양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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