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사슴처럼 겁먹은 물방울

눈물처럼 흐르는

빗방울 소리에

꽃잎은 소리없이 환호하는데

이 비 그치면

저 꽃나무처럼

사랑도 한 뼘쯤 자랄까

[문학뉴스=김들풀 기자] 시인 이상무의 새로운 시집 <그냥 기다림>에 실린 사랑에 대한 시다.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쉽고 편안한 문체로 썼다.

흔한 사랑이지만 그래서 식상하고 가볍게 넘기기 쉬워도 사랑만큼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랑은 늘 채워지지 않고 부족해 가슴 한 켠이 시리고 아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랑이 온전하게 채워지길 기다렸던 기억들이다. 이 시는 그런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 추억을 각하게 한다.

짧든 길든 인생을 되돌아 보면 그래도 의미 있었던 순간순간에 사랑이 있었다. 생을 마감하고 싶은 순간에도 떠오르는 사랑의 기억이 나를 다시 살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고 풍경이 바뀌고 모든 것이 변해간다고 생각될 때도 사랑은 가슴에 빈공간으로 남아 채워지길 기다리고 있다.

사랑은 기다림이 중요하다. 사랑은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보이지 않고, 만져지다가도 어느 순간 물처럼 사랑이 아닌 듯 흘러가 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그냥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이상무 시인은 어릴 적 누나의 노트에 쓰인 "초우"를 읽으며 처음으로 시가 너무 좋았다. 그 후로 틈만 나면 시를 읽고 쓰며 마음의 위안을 받곤 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부모님의 자랑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회생활은 부침도 심하고 어려움도 많아 잦은 이직과 실직으로 살면서 여러 번 고비를 겪었다.

몇 번이나 이대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 힘든 시기를 시를 쓰며 극복했다.

그는 “내가 시를 쓰며 극복했듯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시로 위로해 주고 싶다”며, “단 한 사람이라도 좋다. 바로 그 사람에게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냥 기다림> = 저자 이상무 │ 발행 no book(노북) │ 분량 128쪽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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