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남미리 기자] 수필은 문학 갈래 중에서 남다른 특징을 지닌다. 이름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거기 담기는 내용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망라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자신의 내밀한 생각을 밝히는 부분이 아닐까.

최근 출간된 『천천히 살면 떠오르는 것들』(새로운사람들 펴냄, 가격 1만 3000원)은 철학계 원로학자인 정해창(73) 박사가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를 들려주듯 엮은 글로 잔잔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그는 세종대학교 강사를 지낸 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지내고 있다.

그는 출간의 변에서 “사람들에게는 스스로가 원하건 원치 않건 언젠가 삶을 관조하는 시간이 다가오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 시간이 올 때 회한의 눈물을 흘립니다. 또 다른 사람은 그동안의 삶을 회상하면 혼자만의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과거는 있는 그대로 그에게 다가갑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이 수필집이 자신의 삶을 꾸밈없이 진솔하게 펼쳐 보이는 것임을 알리는 듯하다.

제1장 ‘사람을 말하다’, 제2장 ‘이런저런 이야기’, 제3장 ‘시골에 살면서’, 제4장 ‘작은 경험들’, 제5장 ‘여행기’, 제6장 ‘느끼며 생각하며’로 구성해 학문적 이력, 일상생활, 인간관계 등 다양한 소재를 그동안의 인생경험에 녹여서 다루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나이까지 아직 살지 못한 후배들에게는 혹시 자신이 미처 경험하지 못한 일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고, 앞서 살아간 선배 세대들은 자신의 한때를 되돌아보는 상념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수필집은 인생살이의 기회비용을 줄여준다고나 할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노학자의 성실한 인생 고백을 들으면 비록 우리 앞에 놓인 내일이 불확실하더라도 한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얻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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