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이여동 기자] 김태수(70) 시인의 시집 『베트남, 내가 두고 온 나라』가 32년만에 복간됐다. 지난 1987년 청사민중시선으로 출간된 시집을 푸른사상에서 다시 펴낸 것.

(32년만에 복간된 '베트남, 내가 두고 온 나라' 표지. 사진=푸른사상 제공)

시집은 40여 년 전 낯선 타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뛰어들어야 했던 시인이 한국의 군인으로서 겪었던 참상을 사실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아울러 긴밀한 교류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사람들에게 역사의 엄중한 교훈을 일깨워준다.

김태수 시인은 1949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혼란기를 겪으면서 성장하였다. 군 입대 후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삶이 곧 시, 한 편의 시에 한 편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생각으로 1978년 시집 『북소리』를 간행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농아일기』 『베트남, 내가 두고 온 나라』 『겨울 목포행』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을 주제로 한 장시 「그 골짜기의 진달래」가 수록된 『황토 마당의 집』 등이 있고, 현대중공업 및 현대자동차 문화회관에서 시 창작을 강의하면서 집필한 『삶에 밀착한 시 쓰기』, 시인론 『기억의 노래, 경험의 시』 등이 있다.

울산작가회의 회장, 한국작가회의 이사,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뒤 경북의 여러 교정시설과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내 스무 살의 시작은 ‘자유의 십자군’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출정한 베트남전쟁의 참혹하고 황폐한 기억들로 출발되었다.”라고 적었다.

이어 “내가 베트남전쟁에 관한 시를 쓰게 된 것은 우리와 너무 닮은 그들 역사를 읽으면서 같은 약소민족의 정서를 노래하고 싶었고 중국과 서구 열강들의 침략으로 얼룩진 내 나라 대한민국과의 동질성을 희미하게나마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시집 출간으로 인하여 함께 참전했던 전우들과 전사자 유족들, 관심을 가지고 있을 이들과, 특히 전쟁에 오래 시달린 베트남 인민들과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전사들, 이 모든 관계 사이에서 그어진 내 양심의 상처가 다소 아물게 되길 바란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김준태 시인은 ‘추천의 글’을 통해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렛대 외교(Lever diplomacy)를 펼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만나게 된다는 뉴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였던 김태수 시인의 시집이 재출간된다는 소식은 다각적인 의미와 기쁨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햇다.

이어 “그의 시편들이 오히려 더 새롭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시인이 베트남전쟁에 대한 진실,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리라. 베트남 사람들이 수세기에 걸쳐서 달성한 인류의 보편적인 진리 평화와 통일을 체감, 굵직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희수 시인은 해설에서 “전우들이 하나하나 거꾸러질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이며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피를 흘려야 하는지를 그는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겪은 전쟁의 참상과 허위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순수한 인간적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었다”라고 적었다.

하상일 문학평론가는 “단호한 태도로 베트남전쟁의 참상을 증언하는 그의 베트남 연작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주의에 대한 준엄한 비판의 목소리이다”라고 평했다.

지금 그 숲은

지금 그 숲은 안녕할까

미국이 베트남 산림에 쏟아부은 3만 5천 드럼의

Agent Orange, 살아 돌아온 우리들의 살갗에

오래오래 산거머리로 진득하게 달라붙어

떠나가질 않는다

활엽수는 흉스러운 가시들뿐

왜 낙엽이 질까 그늘 하나 없던 수상한 계절을

알았어야 했다 돌아온 막사 간이욕실에서

물 몇 됫박 군용 철모로 뒤집어썼지만

등 허물 그 밑은 물집이 생겼고

더워 너무 긴 밤 군용 모포 속의 선잠

미치고 환장하던 그 가려움이

산거머리 잠시 붙었다 떨어진 자국 때문이리라

살아 돌아온 지 십 년이나 진득이 붙어

황색 피부를 흐물흐물 썩게 했다 많은 밤

아내 곁에 누워도 꼼짝 않던 하반신

뻣뻣하게 굳힐 줄 어찌 알았으랴

지금 그 숲은 안녕할까

정의의 십자군, 대리전쟁에 끼여

또 다른 황색의 가슴팍에 총을 겨눌 때

발밑에서 낙엽 소리로 부서지던 열대 활엽수

거대한 미국의 음모가 쏟아 넣은 Agent Orange

아름다운 이름들이 소낙비 되어 쏟아졌던

그 수풀의 나무들은 지금쯤 싹을 틔울까

ydlee@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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