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남미리 기자]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초록지붕 집 이야기』는 표지가 두껍다. 오디오 파일을 넣은 5mm짜리 USB가 꼭 맞게 들어가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읽었을 ‘빨강머리 앤’이 새로운 모습의 오디오북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주근깨 있는 얼굴에 바짝 말랐으며 빨강머리를 지닌 수다쟁이 소녀 앤 셜리가 고아원에서 마릴라 부인과 매슈 아저씨 남매의 집에 입양돼 오면서 부닥치는 갖가지 이야기를 이젠 말로 직접 전해 듣듯 들을 수 있다. 물론 글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최근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작품 ‘빨강머리 앤’을 토대로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초록지붕 집 이야기’를 발간했다.

이 책은 앤이 11세에 초록지붕 집에 와서 16세까지 일어난 일을 담고 있는데, 원작을 새로운 감각으로 번역하고 앤과 마릴라, 매슈, 다이애나, 길버트 등 주인공들의 말을 배우 이지혜 씨가 읽어 원작‧번역‧낭독에서 최고의 작품임을 자랑한다.

연극배우 이지혜 씨는 서문부터 제작진 소개까지 1700장이 넘는 책 전체를 낭독했다. 그는 배우 화술과 정확한 전달력을 지니고 있어 평면적인 텍스트에 리듬을 부여하고, 줄거리의 맥락도 더욱 알기 쉽게 해준다. 이미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중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 어린 옥희의 목소리를 뛰어나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책에서도 앤을 비롯해 25명이나 되는 다양한 인물을 혼자서 목소리로 연기함으로써 오디오북의 매력, 듣는 재미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출판사는 읽고 듣는 오디오북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순서대로 원작의 전체 이야기를 모두 8권의 책과 파일로 엮어 2020년까지 출간할 예정이다. MP3 파일로 담긴 USB는 다른 저장장치에 옮겨 들을 수 있으므로 개인 PC나 태블릿, 휴대폰 등에 저장해 두면 된다. 또한 출퇴근길이나 지하철, 버스 등에서 들을 수 있으므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독서활동도 가능하다.

책에 실은 작가 몽고메리의 일기 5편도 흥미롭다. 일기에는 평생의 목표가 책을 쓰는 것이었다는 고백과 함께 ‘앤’이라는 캐릭터의 탄생 과정과 책에 대한 세상의 평판 등 뒷이야기가 담겨 있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620쪽, USB 포함 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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