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남미리 기자] ‘테라포밍’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지구처럼 환경을 개조하는 일을 말한다. 양해기 시인은 새로 펴낸 시집의 제목을 『테라포밍』(세상의 모든 시집 펴냄, 1만 원)으로 붙였다.

시집 제목인 ‘테라포밍’은 새로운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이 세상을 시인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작업을 일컫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시인은 환경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그 시원(始原)을 찾는 여정을 서정시로 구현한다.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서울목공소’가 당선됨으로써 등단한 이래 꾸준히 자신의 시가 울려 퍼지는 음역(音域)을 넓히고 있는 양 시인은 우주적 상상력을 키우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 데 몰입해 왔다.

그러나 시인의 의식은 광대한 우주를 떠돌면서도 끝내 자기 기원을 향한 기억과 그리움을 잊어버릴 수 없다. 결국 「시인의 말」에서 보듯 “그리움이, 기억이/ 왜곡되기 어려운 곳”으로서 “어머니의 무덤”을 떠올리고, 그곳은 “간직한 슬픔이 같다면/ 다른 시공간을 떠돌아도/ 서로에게/ 시차가 발생할 수 없는 곳”이라고 확인시켜 준다. 공간이 아무리 바뀌고 시간이 더께로 쌓여도 시인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시인은 지상에서 살아가는 삶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 속에 숨어 있는 신성한 것들에 귀를 기울이면서 좀 더 우주의 근원적 원리에 바탕을 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결국 시인의 남다른 기억은 삶의 의미가 모호해져 가는 현실을 버텨냄으로써 우주적 시간 의식과 자기 기원을 찾아나서는 힘이 되고 있다.

양 시인은 시집 『4차원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내 몸의 주인이 아니었을 때』와 산문집 『꿈꾸는 밥솥』을 내기도 했다.

<발자국 화석>

바닷가 바위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수백만 년이 지나도

저렇게 선명한 화석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건

누군가

물 묻은 진흙길을

쉴 새 없이 걸어갔다는 거다

지층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 누군가가

어두운 땅 속을 헤매고 있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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