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신기남 위원장 인터뷰

"책 읽고, 도서관 찾는대통령 둔 국민은 행복"

[문학뉴스=이성봉 기자]

"전국 2만2천 개 도서관은대한민국의 혈관이요, 이곳에서 일하는 12만 명의 근무자와 52만 명의 봉사자는 혈액이다. 한 나라가 문화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피가 맑고 핏줄이 건강해야 한다.맑은 피가 튼튼한 혈관을 타고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필요하다면 궂은 일에도 총대를 메고, 욕도 먹겠다."

도서관 관련 정부정책의 수립, 심의, 조정을 담당하는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신기남 위원장(사진, 왼쪽)은 7일 <문학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위원회가 정말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움직여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4월 9일 2년 임기로 출범한제6차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는 위촉직으로 신기남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19명이 들어와 있고, 국무위원 11명은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돼 있다. 위원회의 격만 놓고 보자면, 다른 어떤 기구보다도 높은 셈이다. 이 기구를 이끌고 있는 이가 바로 신 위원장이다.

'신기남'이라는 이름은 많은 이들의 뇌리에 '정치인'으로 각인돼 있다. 4선(제15, 16, 17,19대) 의원 출신에 집권당의 의장까지 역임한 경력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도서관 맨'이기도 하다. 경기고 시절 문학청년으로 문예반에 몸을 담았던 때부터'도서관발전재단 이사장',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서울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 여러 직책을 맡았던 의원 시절에 이르기까지 그는 늘 도서관과 인연을 맺어왔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은 도서관과 관련된 그의 이력의 정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를 만나 삶과 문학, 도서관에 관해 들어보았다.

•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신 지 제법 된 터라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외부 활동을 하지 않은 지 꽤 된 것 같다.<문학뉴스>와 만났으니, 문학 얘기부터 해야겠다. 예전부터 먹고사는 게 어느 정도 해결되면 글을 쓸 생각을갖고 있었다. 그 생각을 구체화해2년 전부터 소설을 썼다. 작품을 구상한 지는 제법 오래됐다.자료수집을 거쳐 1년에 한 편씩, 두 편을 완성했다. 조만간독자들의 평가를받아볼 생각이다.개인적으로 변호사 일을 시작했지만 직접 변론에 나서 후배들과재판정에서 부딪히는일은썩 달가운 일이 아닌지라 적극적이지 않았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 일이 아니었다면 전업 작가로 글만 쓰면서 조용히 살았을 것이다.

•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격은 높지만, 사실상 봉사하는 자리라고 들었다. 어떤 경위로 제안을 받았는지.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다. 참 힘든 과정을 거쳤다. 사상 처음으로 도서관 정책을 이해하는 대통령을 만나서 이러한 기구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계시던 분이 현 문재인 대통령이었다.이 내용을 너무 잘 아시기 때문에 미력한 제게 무거운 짐을 맡겼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도서관 관계자들의 의견도 듣게 되었다. 속으로 이건 십자가를 져야 하는 일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도서관정책위원회는 사실상 명맥만 유지한 채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당시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위원회가 정권 교체 이후 인수위에서 7개월 만에 폐지될 지경까지갔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위원회가 온갖 어려움을 당한 것은 익히알려진 사실이다. 인적 조직이나 위원회 구성, 운영비 지원, 정책 분야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속에 지난 10년 동안 위원들의 희생으로 겨우 명맥만 이어 왔다."

• 신 위원장께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맡은 뒤로 기대가 많이 쏠리고 있다는느낌인데.

"그간 위원회는 살아 있지만 죽은 거나 같은 ‘생불여사(生不如死)’ 같은 상태였다. 대통령님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이것 좀 살려내라’는뜻을 전한 게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운명이다. 결자해지의 각오로다시 살려 놓아라’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힘들 것은 각오했다. 고민하다 결국4일 만에 수락했다. 인간적으로 대통령님의 명령에 반발하는 것도도리가 아니라는생각도 했다. 단지 조건으로 대통령님께 현안을 설명할 시간을30분만 달라고 요청했다. 올 4월과 5월은 민족사에 기록될 정도로 심각한 현안이 오가는 역사적인 날들의 연속이었다. 남북회담과 판문점 선언, 북미회담, 한미정상회담 등으로 우리 정치사에 중대한 고비가 계속됐다. 이후 이런 일들이 어느 정도 지나면 앞으로의 과제와 요구사항들을 가지고 찾아뵈려고 한다.

•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처음 떠올린 생각은 무엇이었나.

"책 읽는 대통령이 한 나라를 통치하고 있다는게 참으로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국회에 있을 당시 국회 도서관 포럼의 간사로 있던 도종환 의원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있다는 것도 든든하게 생각됐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관 기획단을 통해 많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새로운 출발에 힘을 실어 주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도서관 정책이 많이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상 회복과 적폐청산을 위한 방안은.

"위원장이 되자마자 건의문을 작성해서 각계와 거의 모든 도서관 관계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우리 위원회의 현황과 과제에 관한 건의문이었다. 위원회가 처한 위기상황을 소개하고 이를 떨치고 일어나 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시급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열렬한 호응이 답지했다. 격려의 뜻과 의견도 많이 보내 주셨다. 한결같이 큰 기대를 거는 것 같았다. 여러분의 반응에 용기가 솟기도 하지만 한편 걱정도 되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돌아올 실망의 질책을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제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제6기 위원회 앞에는 엄중한 시대적 과제가 놓여있다.구체적으로는 실질적인 종합계획과 실행 계획의 수립과 강력한 집행, 도서관법 개정, 공공도서관 행정체계 개선, 도서관의 인적 및 물적 기반 확충, 지역격차 해소, 전문 인력 배치기준 개선, 사서 자격제도 개선, 도서관 남북교류, 국회와 도서관계의 소통, 도서관위원회 위상 강화 등이다.

• 듣고 보니 과연 엄청난 과제가 쌓여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것들이다. 일부는 역대 위원회가 과제로 설정하고 노력해 온 내용이었지만 추상적인 계획만 세우고 미사여구만 늘어놓아 실제로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었다. 1차, 2차 종합계획을 결산하건대, 추상적인 문구로 채운 말의 잔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도서관의 확충 등을 실적으로 자화자찬했고, 실질적 발전은 미흡했다.운영을 위해당장 긴급한 사안으로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서 위상 확립, 위원회 사무 공간 복원, 위원회 사무기구 구성, 위원회 지원 강화을 요청했다."

• 정말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다. 이런 난제들을 앞에 두고 어떤 각오를 다지고 있는지.

"위원회가실제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움직여 보겠다. 도서관법에 의해 5년마다 수립하여 집행하게 되어 있는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의 제3차 계획(2019-2023)은 당장 발등의 불이다.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제대로 만들어서 강력하게 시행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 모든 것은 대통령 위원회에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과제이고, 사실 대통령 위원회가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위원회는 범정부 조직으로 11명의 장관들이 참여한 조직이나 역대정부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모인 일이 없었다. 장관들만이 아니라 실무자들조차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랄 지경이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란 명칭과 법적 기구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 지난 5월 9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재로 디지털 도서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도서관발전 종합계획' 수립연구 착수 보고회. 신 위원장은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1,2차 계획이 정량적 목표달성에 치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어 3차 계획에는 실효성과 포괄성을 담아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제공 =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 위원회가 맡고 있는 실무는 어떻게 추진해 나갈 생각인지.

"내 생각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표시해줘 고마운 마음이다. 전국 각처에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2만2천 개의 도서관은 대한민국의 혈관이다. 9만 명의 사서, 3만 명의 근무자, 52만 명의 봉사자는 이 혈관을 흐르는 혈액이다. 이 혈관이 건강할 때 대한민국은 문화선진국이 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그 중심에 서겠다.

정부 측의 무관심과 무시 속에서도 그동안 위원회를 지키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둬온 역대 위원회 위원님들께도 경의를 표한다. 그 당시 한 덩어리가 되어 위원회의 출범에 앞장섰고 또 폐지 반대 투쟁에도 나섰던 제가 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서게 되어 만감이 교차한다.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위원회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사명을 띠고 이 자리에 왔다. 두 차례에 걸쳐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을 맡았고, 2006년 서울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 시대가 맡긴 임무를 완수하겠다.

• 출판사는 질 좋은 양서가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공공도서관은 도서구입비 증액이 절실한 과제이다. 좋은 방안이 있는지.

"참 큰 걱정이다.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 구체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는 데는 위원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소위원회와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구성해 활동을 펼 계획이다. 새로 위촉된 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들과 함께 필요한 예산을 따고, 정책을 세우는 일을 하겠다. 선봉에 나서 총대 매고 욕을 먹는 게 내 역할이다. 나는 2년 후면 이 자리에 없을 거다. 단, 그동안 철저하게 욕을 먹더라도 나에게 맡겨진 일을 하겠다. 좋은 책이 나쁜 책에 의해 밀려나고, 예산이 없어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도서관이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거다.

• 독서 애호가로서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과 앞으로 개인적인 계획이 있다면.

너무 많아 제대로 거론하기 쉽지 않지만 그동안 30~40번 읽은 책이 있다. 바로 헤르만 헤세(1877~1962)의 <싯다르타(1922)>이다. 학생 때부터 정치가와 변호사 시절, 그리고 요즈음에도 계속 읽어왔지만 매번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세가 인도로 가서 불교에 관해 심취했다고 하나 그처럼 심오한 생각을 어떻게 소설로 남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 학생 때 문청이었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는지.

"경기고 재학 시절부터 문학에 뜻을 두고 있어서 당시 문예반 반장을 맡았다. 내가 3학년 때 2년 후배인 서울대 이인성 교수가 문예반으로 들어와 1학년 때 교내 화동문학상을 타기도 했다.그때나 지금이나이교수의 글은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늘 글을쓰겠다는 생각은 품어왔다. 대학시절 작품을 써서 서울대에서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누님(신선희 전 국립극장장)의 영향으로 일찍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많이 가졌고, 누구보다 공연장에 많이 다녔다. 비록 늦게 글쓰기에 들었지만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앞으로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명도 '신영'으로 마련해 두었다.

신 위원장은 이날 도서관 정책에 대한 관점이나 공공도서관의 현안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명쾌하게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한편 오는 11일 오후 2시에는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도서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신기남위원장 초청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사진=남궁은 기자)

sblee@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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