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이성봉 기자]

나는

수족관에 온

한 마리의 어족

미끄러지는

바깥세계가 뿜는 향수로

안경은 차웁다

김경린, 車窓(차창) 전문

한국 후기 모더니즘 시운동에 앞장섰던 김경린(1918~2006)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를 되돌아보는 학술심포지엄이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김경린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자들. 왼쪽부터 박일중 시인, 홍승진 박사, 민용태 고려대 명에교수, 이계설 시인, 맹문재 안양대 교수)

탈후반기 시동인과 서울문화투데이, 대산문화재단, 한국작가회의가 공동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국문인협회 및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과 일반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최근 문학 관련 강연이나 심포지엄이 젊은 청중들로 채워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원로 문인들이 대거 참석해 이채를 띄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

행사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김경린 시인의 대표시를 낭독하고, 영상물을 통해 그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김 시인의 외동딸인 김예자 시인이 선친의 대표시 ‘서울은 야생마처럼, 거인처럼’을 낭독했고, 장충열 시인은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을 읽었다.

(김예자 시인이 '서울은 야생마처럼, 거인처럼’을낭독하고 있다.)

탈후반기 동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일중 시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김경린 시 세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박 시인은 김경린이 해방 후 벗 박인환 시인에게 “우리는 적어도 50년 앞을 내다보고 운동을 하자”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한국 현대시의 선구자 역할을 한 김경린 시인에 대한 재평가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루어지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박일중 동인회장)

이어 2부에서는 ‘김경린 시 세계 재조명’을 주제로 본격 학술심포지엄이 진행됐다. 고려대 민용태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서울대 박사과정에 있는홍승진씨가 발제를 했고, 이계설 시인(현대시 강사)과 맹문재 시인(안양대 교수)이 토론자로 나섰다.

민용태 교수는 김경린 시인에 대해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시단의 ‘왕따’였다.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동료시인들과 원만히 어울리지 못했지만, 다의적 시어를 통해 독특한 시 세계를 열었다. 이는 실로 엄청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와 토론에서는 김경린이 모더니스트로서 성공한 시인이었는가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김경린이 문명적이고 사실적이며 도시적인 언어를 통해 미래시적 언어와 시학을 보여줬다는데 대개 공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20세기와 21세기의 모더니즘을 아우른 시인' 김경린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더 깊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행사 3부는 축하공연 및 단체기념 촬영으로 진해됐다.

월간문학사에서 출간된 김경린 시인의 유고시집 '흐르는 혈맥과도 같이'과 탈후반기 동인지 26집 '끈'(도서출판 큰 글 출판)

함북 경성에서 태어난 김경린 시인은1942년 일본 와세다대학 토목학과 졸업한 뒤 현지에서 모더니즘 동인회「VOU」에 가입해 문학활동을 했다. 해방 후 귀국하여 「신시론()」 · 「후반기()」 등의 동인으로 활약하며 역시 모더니즘운동에 앞장섰다.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현대의 온도>(1949) 등이 있다. 대표작인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과 <흐르는 별과도 같이>에서 보여주는 작품경향은 관념적인 시행()이 기하학 · 공학용어들과 결부되어 시 전체의 분위기를 현대 도시감각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사진=이성봉 기자)

sblee@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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