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주의 맛있는 음악 이야기 (29)]

음악이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다. 특히 가요나 팝, 그리고 뮤지컬과 오페라 등 대중음악에는 인간의 솔직한 감정과 표현이 담겨 있어 일반의 공감을 많이 얻기도 한다. 오랫동안 대중문화 현장에서 일해 오면서 음악을 통해 얻은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들을 ‘맛있는 음악 이야기’로 묶어 독자들과 즐거운 만남을 이어가고자 한다. (편집자)

(영화의 '슈퍼맨'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리브. 사진=나무위키)

“아빠! 아빠하고 악당하고 싸우면 누가 이겨?” “당연히 아빠가 이기지….” 초등학교 1학년 어린아이의 두 눈에 비치는 아빠의 모습은 바로 슈퍼맨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가장 아는 것도 많은 전지전능한 존재다. 아빠에 대한 그러한 환상은 나이가 들어가며 우리 집보다 더 큰 평수의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도 보고 더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의 아빠를 보면서 서서히 깨지게 된다.

슈퍼맨(Superman)은 보통 미국문화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항상 강하고 정의롭다는 전제를 설명하는 상징으로 만들어졌고 키워져 왔다. 1932년에 만화의 주인공으로 탄생한 슈퍼맨은 전형적인 오락영화의 주인공으로 재탄생되는데 대표적인 주인공 배우는 ‘크리스토퍼 리브’였다. 어리버리한 신문기자로 나오는데 기사를 잘 쓰는 기자라기보다 기자를 가장한 ‘정의의 사도‘로 등장한다.

‘노라조(努喇鳥, Norazo)’는 조빈, 원흠으로 구성된 2인조 음악 그룹인데 팝음악과 록음악의 중간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그룹명 ‘노라조’는 ‘놀아줘’의 느낌을 주는 우리말이고 ‘나팔을 불기 위해 애쓰는 새’라는 뜻의 한자조어 ‘努喇鳥’이기도 하다. 그들이 부른 코믹송 ‘슈퍼맨’에 평범한 우리의 아버지들이 나타난다. 역시 부자간의 대화가 이어진다. 전직 아빠 슈퍼맨과 그 아들인 현직 슈퍼맨이다.

“아들아 지구를 부탁하노라” “아버지 걱정은 하지마세요” “바지 위에 팬티입고 오늘도 난 길을 나서네” “아들아 망토는 하고 가야지” “아뿔싸 어쩐지 허전하더라” “파란타이즈에 빨간팬티는 내 차밍 포인트~~” “지구인의 친구 난 슈퍼맨” “위 아래로 스판 100프로” “아들아 아침은 먹고 가야지” “아버지 빈속이 날기 편해요~~” “위험할 땐 불러줘요. 언제든지 달려갈게. 나는야 정의의 슈퍼맨~”

슈퍼맨 아빠도 늘 멋진 모습만 갖고 있지는 않다. 악동들 그룹 DJ.DOC는 ‘수퍼맨의 비애’(슈퍼맨의 당시 표기)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슈퍼맨이었던 아버지의 슬픔을 엄마와 하는 부부싸움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슈퍼맨 슈퍼맨~~ 어제밤 우리 아빠 엄마, 부부싸움에 잠을 잘 수가 없네. 요리조리 따지시는 우리 엄마, 아빠에게 머라고 쉴 새 없이 따다다 따다다 요~ 변명도 제대로 못한 우리 아빠. 무슨 잘못하신 게 아닐까 걱정이네. 무서운 우리 엄마 뭐가 불만이실까? 엄마가 필요한 건 혹시 슈퍼맨” 엄마는 젊은 시절의 아빠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지난해 희귀성 난치환우를 위한 ‘사랑나눔콘서트’를 연출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지적발달장애아 20여 명은 3개월간의 피눈물 나는 연습 끝에 5분짜리 첼로연주곡을 수많은 관객 앞에서 선보였다. 곡목은 바로 영화주제곡 <슈퍼맨>이었다.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첼로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이 다소 부족하게 들릴 수 있었지만 학생들이 그 곡을 연주한 뒷면에는 더 큰 가슴 뭉클함이 있었다. 17살 장애아 아들을 돌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택시를 하면서 일상생활의 절반을 보내야 하는 한 학생의 아버지가 추천해준 영화 ‘수퍼맨’ DVD를 보고 선곡을 결심했고 모두들 멋진 슈퍼맨이 되고 싶음을 연주에 녹여 냈다. 무대 뒤편에 영화 ‘수퍼맨’의 영상을 올렸고 공연이 끝나고 무대전환을 위한 퇴장시간에 한 명 한 명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줬다. 그 아버지의 얘기 “애들이 모두 슈퍼맨 같네요.” 그래서 나는 “아버님이 진정한 슈퍼맨이십니다”라고 말했다. 몇 년 전에 MBC 방송의 <나는 가수다>에서 매우 감동적인 노래가 흘러 나왔다. 인터넷에서 가사를 확인하고 점점 그 노래를 음미하면서, 또 노래 속 이미지를 상상에 포개가며 감상했다.

“점점 멀어져 가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했었다 제발 내 얘길 들어주세요 시간이 필요해요(중략)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노래속의 그대, 그리고 노래 제목은 국민가수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였다. 특별한 사연이 있을 법한 60인생을 살아온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어린 시절 봐왔던 아버지의 두 어깨는 지구를 떠받들 정도로 듬직했는데... <아빠가 사온 크레파스>에 얽힌 노래 그리고 ‘아빠! 힘내세요’라고 아빠에 대한 사랑을 담은 노래. 세월이 지나도 아버지는 위대하며 아버지는 이 세상 모든 아들딸들의 슈퍼맨이다.

이 홍 주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문화예술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MBC예술단 공연프로듀서를 거쳐CJ m-net 미디어 경영총괄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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