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성(城)> 공연...구태환 연출가 인터뷰

[문학뉴스=이성봉기자]

(연출가 구태환 씨)

성에 다 온 것 같았는데, 이렇게 내려가면 또 다시 멀어질 것 같은데.

바로 코앞에 보이는데, 하루 종일 걸어도 입구에 닿질 않네.

국립극단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성(城)The Castle>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에서 기이한 이 세상에 나 홀로 떨어진 듯한 고독, 우리 안의 불안과 소외감을 탐구한다. 카프카의 이러한 시도가 무대에선 어떻게 표현될까.

카프카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우연히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 묘사했다.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스마트’해진 오늘날, 현대문명과 시스템의 발전과는 반대로 인간소외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인간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 소비되며, 끊임없이 서로를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존재가 되었다.

<성>의 주인공 K가 겪는 정체 모를 불안감 역시 현대인이 느끼는 막연한 공포나 고독과 다르지 않다. 소설을 연극으로 표현한 구태환 연출가에게 연출 작업에 대한 소회를 들어본다. (구태환 연출가와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다.)

-2007년도 실험극단에서 올린 카프카의 <심판>에 이어 2010년도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심판>을 재공연했다. 이번에는 국립극단에서 카프카의 <성>을 또 맡았는데 카프카 작품을 계속 연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성>은 미완결 소설이다. 미완결 작품을, 그것도 소설로 창작된 작품을 공연으로 올린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큰 작품이라 생각했고 <성>의 의미는 하나로 귀결될 수 없는 다의성을 가지고 있기에 해석의 방식과 수용의 입장에 따라 다의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룬 작품이 아직도 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불안하게 존재하고 있으니까.

-카프카의 어떤 점을 이 시대에 이야기 하고 싶은지?

• 파국으로 치닫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믿고 있는 관념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이 결합되어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육체를 둘러싼 현실이 어쩌면 진정한 <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작품을 보는 분들마다 각자 자신의 삶에 비추어 의미를 찾아가기 바란다.

(배우 박윤희는 2007년, 2010년 공연되었던 카프카 연극 <심판>에 이어 연극 <성>에서도 주인공인 토지측량사K 역을 맡았다)

-카프카 작품을 무대화할 때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지, 또 어려운 점이 있다면?

• 이미지와 수행성이었다. 텍스트의 서사를 어떻게 이미지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배우의 몸을 적극 활용한 수행적 움직임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했다.

-원작과 비교해 볼 때 다소 파격적인 각색이다. 연출자로서 작품 해석을 두고 작가와 별다른 이견은 없었는지?

• 관료주의의 부조리함에 대한 생각을 넘어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가능한 연극을 만들자는 데 서로 동의했고 큰 이견 없이 각색이 잘 이루어졌다. 작가도 연습 과정에 참여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집약해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서로 격의없는 의견 교환으로 막힘 없이 소통할 수 있었다.

-<심판>에 이어 <>에서도 같은 주인공(박윤희),같은 무대디자이너(박동우)와 작업을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박윤희 배우는 K라는 인물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미 카프카 작품을 한 경험이 있기에 누구보다 더 빠르고 쉽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겠다고 여겨 고민 없이 선택했다.

또 박동우 선생은 이번 작품이 아니어도 늘 같이 작업하고 싶은 디자이너다. 공간미학을 살려 함축적이면서도 기능적인 무대를 만들어 준다.

-이번 작품<>을 보면 상징적인무대가 특히 인상적이다. 무대에 맞춰 연출 작업을 고민한 것인지 연출에 따라 무대를 형상화한 건지?

• 무대 디자인을 결정하기 전에 아주 많은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에 어떤 것이 먼저라고 꼭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카프카의 작품 중에서 그동안 연출을 맡았던 작품 외에 인상적인 작품을 든다면?

• 개인적으로 <변신>을 인상 깊게 읽었다. 하지만 작품으로 카프카의 다른 작품을 연출할 계획은 아직 없다.

-<심판>에 나오는 주인공 '요제프 K' <>의 주인공 ' K ' 인물은 어떤 인물이고, 현대인들에게 어떤시사점을 주는지?

• <심판>의 K는 은행 지점장으로 어느 날 체포되어 그 굴레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인물이고(법의 부조리함, 인간의 원죄 의식 등을 느낌), <성>의 K는 마을을 찾은 이방인, 토지측량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많은 부분에서 <심판>보다 <성>의 작업이 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더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았고, 작품 속 인물들도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의 K만 하더라도 본인이 집착하고 바라는 만큼 실상 노력을 하지 않는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는 비대한 관료주의와 그 비실용성, 불투명성을 수없이 많은 문으로 이루어진 콘크리트 성으로 표현했다)

구태환 연출가는 현재 극단 수 대표이자 인천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로 제직중이다.

주요 연출 작품으로 연극<가족> <고곤의 선물> <고모를 찾습니다> <좋은 이웃> 등이 있고, 뮤지컬 작품은 <엄마를 부탁해> <로미오와 베르나뎃> <러브이즈매직>등을 작업했다.

수상내역으로 2009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연극상 <친정엄마와 2박3일>, 2009 올해의 연극 베스트 7 <고곤의 선물>, 2008 제1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무대예술상 <고곤의 선물>, 2007 평론가 선정 올해의 베스트 3 <심판>, 2005 서울연극제 인기상 <나생문>이 있다.

국립극단의 연극 <성(城)>은 명동예술회관에서 오는 15일까지 계속된다. 공연시간 평일 7시30분, 주말 3시 티켓가격 5만 원, 3만 5천 원, 2만 원 (문의 1644-2003)

(사진제공 = 국립극단)

sblee@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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